[커지는 反독점법 공포]①EU·中서 직격탄 맞은 구글·퀄컴
by김태현 기자
2015.05.12 17:45:40
EU·中, 글로벌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
EU, IT업체 겨냥해 국경 없는 규제 계획 발표
지나친 반독점 규제…보호무역주의 부활 지적
| 중국 반독점법 벌금 추이 2013년 전체 기업, 2014년 9월 누적 전체 기업, 2015년 퀄컴 벌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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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인터넷 공룡으로 불리는 구글과 세계 최대 모바일 칩 개발업체인 퀄컴. 말 그대로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인 이들이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각국 정부의 반독점법 칼날 앞에 떨고 있다.
독과점 방지를 위해 멀쩡한 기업을 쪼개라고 권고하거나 한 분기(3개월)동안 벌어야 하는 거액의 과징금을 매기는데서 끝나지 않고 외국 기업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는 경쟁당국의 행태를 두고 공정 경쟁이라는 탈을 쓴 보호무역주의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993년부터 20년간 EU 경쟁당국과 맞서다 34억달러를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15년간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인텔에 이어 이번에 EU 타깃이 된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EU 집행위원회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구글이 EU 경쟁법을 위반했다며 정식 제소했다.
당초 구글이 자사 검색사이트에서 검색 결과를 보여줄 때 구글쇼핑 결과를 먼저 제시해 경쟁사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조사였지만, 현재 EU 당국의 칼날은 구글이 무료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면서 자회사인 유튜브 등의 어플리케이션을 끼워팔고 있다는데까지 번지고 있다.
심지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유럽 의회는 지난해말 압도적인 표 차이로 구글의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를 검색과 다른 사업부문 등 2개로 쪼개도록 요구하는 권고안을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이제 서슬 퍼른 EU의 칼날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EU는 현재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에 이어 왓츠앱과 스카이프와 같은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고 있지만 구글과 아마존 등 미국 IT 업체들에게 안방을 내준 현 상황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에서의 퀄컴도 같은 신세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을 가진 중국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두뇌인 모바일 칩 업체인 퀄컴을 정조준했다. 퀄컴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로부터 엄청난 로열티를 챙기며 작년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벌어 들였고 자국 업체 보호를 원하는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났다.
특히 반독점법 위반 조사 과정에서 퀄컴 모바일 칩을 사용하는 중국 업체들이 로열티 지급까지 중단하자 퀄컴은 중국 당국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2월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9억7500만달러 거액을 벌금으로 납부했다. 이는 지난 분기 순이익인 10억5000만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중국내 과징금 규모에서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의 유럽보다 반독점 조사대상 범위가 더 광범위하다. 유럽이 IT 기업을 겨냥했다면 중국은 자국내 기반 산업인 자동차 부품과 기계 부품 등 제조업까지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국 규제 당국은 지난해에만 도요타 등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18억위안(약 32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2008년 반독점법 제정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 들어 반독점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럽과 중국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두고 지나친 보호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인 목적과 방법 없이 글로벌 IT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EU 규제 당국에 대해 미국 기업들은 물론이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EU의 반독점 규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올초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가 지나치게 외국 기업을 겨냥한 반독점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