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규제개혁 속도 주문.."시간 많지 않다"(종합)

by피용익 기자
2014.09.03 19:23:07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종료됐다.

당초 이날 회의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열띈 토론과 건의, 질의응답, 그리고 박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예정보다 72분 초과한 6시12분에 끝났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20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준비부족을 보완하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로 2주 연기됐다. 회의에는 각 부처 장관과 주요 경제단체, 규제개혁위 민간위원, 전문가, 기업인, 소상공인, 일반인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과감하고 빠른 규제개혁 추진’으로 요약된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중대한 골든타임에 들어서 있으며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규제개혁 추진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호주의 ‘규제폐지의 날(Repeal Day)’을 언급하면서 “우리 경쟁국들은 과감한 규제개혁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규제개혁은 너무 안이하고 더딘 것이 아닌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시 한 번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 뒤처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또 “규제개혁 법안이 상당수 국회에 묶여 있고 부처간 협업이 제대로 안 되거나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때문에 규제개혁이 미뤄지고 있다”며 국회의 빠른 입법을 촉구하면서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 불편을 해소하는 규제개혁에 여야, 정부와 국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관계 부처 장관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소규모 제조시설에 대한 환경 규제에 대해 “수도법을 개정하고 국토부에 관계법령을 개정해서 내년 중에는 그런 부분들은 좀 허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자 박 대통령은 윤 장관을 향해 “내년이요?”라고 물었다.

윤 장관이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다”라고 답하자 박 대통령은 “법 개정해서 하려면 내년에도 되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에 윤 장관은 “국회에 설득하기 위해서 지금 전문가를 동원해서 정밀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어떻게든지 이것이 되게 하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적극적인 규제개혁 추진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규제와 관련해 부처간 해석이 다른 점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표시했다.

제정부 법제처장이 “부처 간에 의견이 다른 경우에는 저희가 민원인으로부터 양 부처의 의견을 받아갖고 어느 부처의 의견이 맞는지 유권해석을 해 드린다”고 설명하자 박 대통령은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지 않겠나 이거지요”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솔직히 감사원 감사가 무서워서 못하는 경우가 공무원들 대부분이다”라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앞으로 감사원 규정도 바뀐다. 할 수 있는 걸 안 하면 책임을 지게되고, 적극적으로 어떻게든지 되게 해주는 사람은 칭찬받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정홍원 국무총리가 나서 “국무조정실에서 이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를 하겠다. 각 부처 간에 이견이 뭔지 해결책이 뭔지, 신속하게 하는 방안이 뭔지 하는 걸 강구하도록 하고, 제가 직접 보고를 받고 챙기도록 하겠다”고 토론을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의 토론이 진행되는 중간중간 “잠깐만요”, “한 말씀 드릴게요”라며 마이크를 잡고 강도높은 주문과 질문을 했다. 박 대통령에게 답변하는 일부 장관들은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국토교통부가 소관인 규제 관련 건의가 나오자 서승환 장관에게 “워낙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서 웬만큼 풀어서는 표가 안난다”며 “아주 이게 잘못됐다고 하면 눈 딱 감고 화끈하게, 특히 국토부는 풀어야 간에 기별이라도 간다. 그렇지 않으면 풀었는지 아닌지 알수가 없다. 눈 딱 감고 풀라”고 과감한 규제개혁을 지시했다.

또 “1차 회의 때 취합된 현장건의 52건, 손톱 밑 가시 92건에 대해서도 각 부처가 신속하게 하려는 의지만 가졌으면 완료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관계 부처 장관들의 더딘 규제개혁 추진을 거듭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도 규제개혁 속도전을 거듭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 조치가 현장에서 작동되서 제대로 이것이 효과를 내고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달라”며 “이번에 1차회의 과제 처리 과정보면서 시간을 벌어놓고 보자는 일처리방식이 만연해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안일한 일처리 방식 뿌리 뽑아야 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이 아니라 필요하면 매일이라도 회의를 해 일을 종결시켜야 한다”고 지시했다.

특히 공무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직자는 격려하고 소극적이고 규제에 안주하는 공직자에게는 불이익 가는 방향으로 운영해 공직문화 형성해야 한다. 책임도 무겁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해서 노력해야지 이 시각이 지나고 나면 노력해도 소용없다. 이때야 말로 발벗고 나서서 규제혁파해야만 나라가 일어설 수 있다는 각오로 노력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