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솔루션으로 美 건설사 고객 사로잡았죠"

by김응태 기자
2025.12.02 13:56:03

예비유니콘⑤ 스패너 이명한 대표
올해 매출액 300억원 전망
인건비 확 줄이고 공정속도 높여

혁신은 위기 속에서 피어난다. 치열한 시장 경쟁과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찾는 혁신 기업들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예비유니콘’으로 선정한 벤처·스타트업들을 이데일리가 소개한다. 각 기업의 성장 전략과 시장 비전,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여정을 전달할 계획이다.[편집자주]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기존 건설 장비에 일종의 신경망인 ‘피지컬 인공지능(AI) 모듈’을 장착하면 자동화 기계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6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할 수 있게 되면서 인력난을 겪던 미국 대형 건설사 상위 10개 업체 중 6곳이 단숨에 저희 고객사가 됐습니다”

이명한 스패너 대표이사. (사진=스패너)
건설기계 자동화 기업 스패너의 이명한 대표는 최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자사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미국에서 성공적인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호주, 일본, 유럽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건설업계에서 처음으로 자동화 AI 모델 기반 솔루션의 개발부터 배포, 운영 사업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스패너가 선보인 피지컬AI 솔루션 ‘X1’은 기존에 사용 중인 건설장비를 ‘소프트웨어 정의 기계’(SDM)로 전환해 건설기계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해준다.

두산그룹에서 10여년간 건설기계 사업을 담당했던 이 대표가 피지컬AI 솔루션을 선보인 건 건설기계 시장의 구조적인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는 “건설사들의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고 비용 증가로 원가를 낮출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자 건설기계산업도 성장이 정체되는 한계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며 “특히 위험한 건설 현장에서 노동 집약적인 업무를 수행할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AI 자동화 솔루션 사업에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인력난이 심각한 미국에서 먼저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스패너는 지난 2022년 11월 미국 법인을 설립한 지 약 1년 만인 2024년 초 태양광 건설 현장에서 기술검증(PoC)을 통해 자동화 기술 판매 계약을 처음으로 성사시켰다. 이후 태양광 건설 현장에서 특정 공정에 투입되는 비용과 프로젝트 기간을 절반 넘게 줄였다는 소문이 퍼졌고 미국 진출 18개월 만에 대형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상위 10곳을 비롯해 총 62개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이 대표는 “태양광 건설 현장에서 6명이 하던 특정 작업 프로세스를 1명이 할 수 있도록 해 비용을 50% 넘게 줄이고 공정 속도가 2배 빨라지는 성과를 입증했다”며 “그 성과가 다른 업체에도 알려지면서 블랙앤비치, 몰텐스 등과 같은 대형 업체에서 협업을 하자는 논의가 이어졌고 마침내 고객사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고객사가 늘면서 실적도 개선됐다. 스패너의 올해 9월 기준 누적 매출액은 200억원으로 집계됐고 연간 기준으로 300억원의 매출고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솔루션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면서 올 들어 월간 기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스패너는 이 같은 성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에너지 및 데이터센터 등 AI 밸류체인 내 여러 건설 공정에서 솔루션 활용 범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 배전 관련 건설 공정을 중심으로 내년까지 총 20개 정도의 공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솔루션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을 넘어 호주, 일본 등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호주는 미국 건설 시장 환경과 비슷해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며 “일본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이 있는 유럽 건설 시장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피지컬 AI 솔루션을 통해 집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화 솔루션을 넘어 인간의 개입이 없는 무인 건설 단계로 사업 고도화에 나서는 게 스패너의 목표다. 오는 2028년까지 300만 시간 이상의 현장 작업 데이터를 확보해 AI 정확도를 높여 무인 건설 사업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동화 솔루션을 적용하는 공정이 늘어나다 보면 건설 현장 전반이 자동화하는 단계에 이른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건설 현장 전체를 무인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30년 정도에는 핵심적인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무인화 솔루션을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