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선물 ETF 승인에…월가 "현물도 머지 않았다" 기대감

by방성훈 기자
2021.10.19 19:10:02

최초 암호화폐 ETF '비토'…19일 뉴욕증시 데뷔
CNBC "선물 ETF, 가상자산의 거대 이정표"
추가 선물 ETF 승인 가능성↑…“현물 상품 가교될 것”
투자 접근성 ‘UP’…다시 고개든 ‘연말 10만달러’ 전망
부정적 견해도 여전…"차라리 라스베이거스서 도박"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김다솔 인턴기자]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공식 데뷔를 앞두고 월가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까지 1코인당 10만달러(약 1억1800만원)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드는가 하면, 현물 ETF 승인도 멀지 않았다는 예측까지 각종 낙관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암호화폐가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거나 암호화폐 투자는 도박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ETF 운용사인 프로셰어는 오는 19일부터 자사의 비트코인 선물 ETF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비토(BITO)’라는 종목 코드로 거래된다고 밝혔다.

마이클 사피어 프로셰어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연계한 ETF를 기다려 왔다고 믿는다”며 “비토는 증권계좌를 보유하고 주식과 ETF 거래에 익숙하지만 가상자산(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비트코인 투자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1년은 미국 시장 최초의 암호화폐 연계 ETF가 등장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ETF는 주식, 채권, 원자재 등의 가격 혹은 이를 기초로 하는 주요 가격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을 연동해 놓은 일종의 인덱스펀드다. 펀드에 따로 가입하는 절차가 필요 없고 개별 주식처럼 시장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의 혁신으로 손꼽히는 상품이다. CNBC가 비트코인 선물 ETF를 두고 “가상자산 산업의 거대 이정표”라고 평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ETF는 현물이 아니라 선물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비트코인 현물에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니라 미래의 특정 날짜에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비트코인을 사거나 팔 수 있는 선물 계약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비토의 데뷔는 비트코인 선물 ETF가 미 금융규제 당국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17년 이후 10개 이상의 자산운용사가 신청한 실물 비트코인 ETF를 두고 모두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토를 계기로 여러 다른 회사들이 신청한 비트코인 선물 ETF도 향후 승인될 가능성이 커졌다. 프로셰어 외에 발키리, 반에크 등이 10월 중으로 비트코인 선물 ETF를 내놓을 예정이다.



나아가 비트코인 ‘현물’이 제도권 내로 진입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진단이다. 일각에선 선물 ETF는 현물 가격을 따라가도록 설계된 게 아니기 때문에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자가 늘어 가뜩이나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ETF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 가상화폐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자사 세계 최대 규모 비트코인 펀드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GBTC)’을 ETF로 전환해 달라는 신청서를 SEC에 제출하겠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제임스 세이파트 애널리스트는 “이번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가 궁극적으로 현물 시장 기반 ETF 출시를 위한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트코인이 연내 10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펀드스트랫의 톰 리 공동창립자다. (사진= CNBC 캡처)
비토 출시는 비트코인 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 대중적이고 폭넓은 기회를 제공해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문턱을 낮출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투자전문업체 펀드스트랫의 톰 리 공동설립자는 이같은 ‘접근성’을 근거로 비트코인이 연말까지 10만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그는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등 주요 ETF가 출시됐을 때 수요가 급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리는 또 비트코인 수요가 늘면 ‘네트워크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도 했다. 네트워크 효과는 한 사람의 수요가 다른 이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기간은 밝히지 않았지만, 향후 비트코인이 16만 8000달러(약 2억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리는 내다봤다.

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 투자는 도박’, ‘돈세탁 등 범죄 악용 수단’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다. 투자회사 아이칸 엔터프라이즈의 칼 아이칸 설립자는 이날 CNBC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도박과 같다며 “차라리 (비트코인 투자 대신)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을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아이칸은 지난 5월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할 준비가 돼 있다며 향후 1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투자하지 않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좋고 나쁨을 떠나, 잘 모르는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반년 만에 6만달러를 넘어선 비트코인 가격은 비코 데뷔 소식에 이달 들어서만 40% 올랐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19일 오후 4시 24분 현재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6만 2104.25달러(약 7322만원)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 내 기준으로 8.27% 오른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