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 쎄게 쥔 이재명, 최고위원 이어 총선기획단도 친명

by김유성 기자
2023.11.01 16:53:31

조정식 사무총장 필두로 총선기획단 친명일색
당 지도부 "관련 업무 의원이 포함됐을 뿐"
반발한 비명 "친명기획단 이름이 걸맞아" 비판

[이데일리 김유성 이수빈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이재명 대표의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다. 비명계 몫으로 배정돼 있던 임명직 최고위원을 친명계로 채우더니 내년 총선 전략을 짜는 총선기획단도 친명 일색으로 꾸몄다.

비명 의원들은 자신들의 좁아진 입지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외친 ‘당내 통합’이 현실과 다르다고 비난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간 갈등이 다시금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1일 핵심 친명계로 꼽히는 조정식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제22대 총선기획단 구성안을 발표했다. 총선기획단은 총선 전 당내 전략을 짜는 조직으로 공천과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총선기획단의 구성에 비명은 물론 친명계 의원들도 촉각을 세웠다.

권칠승 수석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회의 후 백브리핑에서 “정치 혁신과 민생 회복, 비전, 통일성 있는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명계로만 이뤄졌다는 것을 의식해 “기본적으로 관련 업무를 하는 의원들이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총선기획단은 당직을 맡은 현역 의원들이 다수 참여했다. 당직 의원들이 친명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명이 다수가 됐다. 여기에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 위원들까지 친명계로 채워지면서 ‘친명일색’이 됐다. 예컨대 원외 위원으로 선임된 장윤미 변호사와 장현주 변호사는 방송인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에 자주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그나마 친명 계파색이 옅은 위원을 꼽는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재직 경험이 있는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 정도다. 비명계는 사실상 없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꾸린 총선 기획단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당시에는 당내 소장파였던 금태섭 전 의원을 앞세워 비주류를 대변하도록 했다.

엄경영 시대연구소 소장은 “이번 총선기획단이 친명 중심으로 구성이 돼 있는 게 확연하게 눈에 띈다”면서 “지난번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을 최고위원을 임명할 때부터 친명 공천 드라이브를 명백히 건 것으로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전구청장은 현재 대덕구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친명계 인사로 알려져 있다. 대전 대덕구 현직 의원은 박영순 민주당 의원인데 비명계로 꼽힌다. 이 때문에 박 전 대전구청장의 최고위원 지명은 대덕구 지역구 공천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풀이됐다.

당 지도부는 ‘자객공천’ 등 비명 의원을 공천 과정에서 축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시스템 공천이 이미 자리 잡았다”면서 “(조정식) 사무총장이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질의·토론 하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당 지도부 입장과 상관없이 비명계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한 상태다.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문을 내고 “오늘 나온 총선기획단 구성은, 총선기획단이 아니라 친명기획단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구성”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중에서도 핵심 격인 조정식 사무총장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조 사무총장은 당헌 80조를 위배한 사람으로 본인 의사대로 이재명 체포동의안 사태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할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내세웠던 ‘당내 통합’과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는 점도 우려했다. 이 의원은 “당 대표가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말 속에는 통합이 아니라, ‘내 맘대로 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면서 “친명계 사당화가 완성되는 것을 보면서도 입 다물어야 하나”라고 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에 처음 들어올 때도 그랬고, 지금 똑같다”고 말했다. 친명 의원들을 향해서는 “다 공천받고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까지 질타했다. 당내 계파 간 반목이 읽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