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자문단 "전화 한통 받은 적 없어"…여당 제동에 이사회 시나리오는?

by정다슬 기자
2023.03.02 17:20:51

"그들만의 리그"라는 여권 주장에
인선자문단 위원들 "어떤 청탁·압력 받은 적 없다"
"디지털 대전환 시기, 누가 CEO로 적합하냐만 봤을 뿐"
이사회, GO냐 총사퇴냐 갈림길..중대결심 앞둔 상황

KT 차기 대표이사 면접후보자가 2월 28일 발표됐다. 왼쪽부터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 총괄.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나랑 친한 사람도 떨어졌다”차기 KT(030200) 대표이사(CEO) 후보 압축에 참여한 인선자문단 위원들이 2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보인 반응이다. 사심(私心)을 두지 않고 후보 압축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했다는 의미다.

인선자문단 위원들은 “이번 KT 차기 대표이사 인선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여권의 지적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사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KT로부터 그 어떤 압박이나 청탁 등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인선자문단으로는 권오경(한양대 석좌교수, 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김주현(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전 법무부 차관), 신성철(정부 과학기술협력대사, 전 KAIST 총장), 정동일(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정해방(전 기획예산처 차관)이 활동했다.

두 차례나 CEO 선출이 공정성·투명성 이슈에 걸쳐 무산된 상황에서 KT 이사회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꾸려 후보자 압축을 진행했다. 특히 외부 공모자 18명 중 여권에서 민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제치고 면접을 볼 2명(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임헌문 전 KT매스총괄)을 뽑은 것은 전적으로 외부전문가 판단이었다. 이들의 이름은 압축후보가 발표된 28일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사내 면접 대상자역시 인선자문단이 1차로 압축한 뒤, KT 지배구조이사회가 선정했다. 면접 후보에 포함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니션 부문장(KT 지배구조이사회 위원장)은 일찌감치 CEO절차 선정 과정에서 빠져 심사과정은 전원 사외이사의 판단 아래 이뤄졌다.



인선자문단 A씨는 “인선자문단 1차 회의가 열릴 때까지 누가 참석하는지도, 어떤 내용을 논의하는지도 알지 못 했다”며 “이후 후보 압축 기준에 따라 인선자문단 참여위원 5명이 치열하게 토론해 컨센서스(만장일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대변혁의 시대에 어떤 사람이 이 기준에 따라 KT를 잘 이끌만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느냐가 우리가 논한 핵심 주제였고 의견을 나누면서 사람들이 보는 눈이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특정한 외압이나 청탁을 빙자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다”며 “다른 위원 역시 특정 후보를 옹호한다는 인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선위원 B씨 역시 “우리가 한 행동은 차기 대표 후보 기준에 따라 적합한 후보를 열심히 토론해 압축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열심히 한 결과에 대해서 정치권이 왈가왈부하는 데에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KT 역사상 처음으로 법률·경제·경영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까지 꾸려 CEO 후보자 풀을 압축했지만, 여권의 비난이 여전하자, KT이사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KT이사회는 이들 4명에 대해 면접을 본 뒤, 7일에 최종 KT CEO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사회 일정대로 간다면 이후 불어닥칠 KT에 대한 여권의 압박이 걱정이고, 그렇다고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이자 재계 순위 12위인 KT의 CEO 선임 절차를 또다시 바꾸는 것도 이상하다. 업계 관계자는 “인선자문단이나 KT이사회가 투명한 절차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한 경위를 주장할 필요가 있어보인다”면서 “이사회 입장에선 그대로 선임절차를 하든지, 총사퇴하든지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