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보험 깨는 서민들···"납입유예 등 계약유지 찬스 먼저"

by유은실 기자
2023.02.02 17:43:43

중도해지는 '손해'···해지환급금 적고 재가입 문턱 높아
보장금액·보험기간 조정해 유지···급전 필요시 '중도인출'

(사진=픽사베이)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30대)는 몇 년 전 취업 후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고자 A생명보험사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해당 계약을 유지하던 중, 경기 악화로 회사 사정이 일시적으로 어려워지자 생활비 중 조정이 가능한 보험을 해지하기로 했다. 이후 다시 보험을 가입하려고 했으나 보험해지 이후 발생한 병력으로 보험 회사로부터 가입 거절 통보를 받았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이른바 ‘3고’로 인한 가계경제 어려움으로 인해 보험계약해지에 대해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생활비 등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면 상대적으로 끊기 쉬운 보험에 눈이 가기 때문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보험계약 유지율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생명보험 가입자가 25회차 보험료를 낼 때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비율(25회차 유지율)은 2021년 기준 67.1%로 집계됐다. 보험 가입자 3명 중 1명이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보험을 해지한 것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생명보험사 해지환급금은 20조28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험 해지 전 보험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보험을 중도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납입 금액보다 적거나 향후 보험 재가입 문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A씨의 사례처럼 중도 해지기간 동안 병력이 발생해 재가입 요청을 거절당한 사례도 다수다.

가장 대표적인 보험계약 유지를 위한 제도로는 ‘보험료 납입유예 기능’이 있다.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고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보험료 유예가 가능하다. 다만 보험사별 적용 기준이 달라 개별 보험사 확인은 필수다.



급전이 필요한 경우엔 감액제도도 고려해 볼만하다. 보험가입금액의 보장금액을 줄이고 보험료를 낮춰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대신 감액된 부분은 해지한 것으로 처리해 해지환급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액완납제도는 고객의 경제사정으로 보험료 납입이 어려운 경우 앞으로 낼 보험료 납입은 중단하고 해당시점의 해지환급금으로 새로운 보험가입금액을 결정해 보험료를 완납하는 제도다. 보장금액이 줄긴 해도 계약의 기간, 보험금 등 지급조건이 변경되지는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자동대출납입제도는 보험료 납입이 어려울 경우 해지환급금 범위내에서 회사가 정한 방법에 따라 매월 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이 보험계약 대출금으로 처리된다. 보험료가 대출금 형태로 자동 납입되면서 계약이 유지되는 것이다. 다만 대출원금과 대출 이자를 납입해야 하기에 장기간 이용하면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중도인출을 활용하면 보험상품에 따라 일정한 한도 내에서 그동안 쌓아뒀던 적립금의 일부를 먼저 찾아 쓸 수 있다. 자동대출납입제도는 이자가 없지만 나중에 받게 될 만기환급금이나 해지 환급금이 감소하는 식이다.

보험료 납입 없이 보장기간을 조정하는 제도도 있다. 연장정기보험제도 보험료를 더 이상 납입하지 않는 대신 보장기간을 축소할 수 있는 제도다. 감액완납제도가 보험기간은 유지하면서 보험금 수준을 줄인 것이라면 연장 정기보험은 보험금 수준은 유지하면서 보험기간을 줄이는 것이다.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에게 계약상 질병이나 재해가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이라면, 보험료 납입이 면제되고 재해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경우엔 최대 6개월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계약 유지가 가능하다.

보험업계는 갑작스런 보험 해약으로 앞으로 닥칠 위험에 노출되기 보다는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에 보험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해 수록하고 있다”며 “개별 약관을 통해 해당 내용을 확인하고 상담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