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터질지 몰라”…우크라 전쟁 위기 아직 안 끝났다

by장영은 기자
2022.02.17 18:21:27

우트라 동부서 박격포 공격… 러·우크라 '네탓 공방'
‘일상적 수준’이라지만 일촉즉발 위기감에 긴장
러시아 철군 둘러싼 논란도…미 "7000명 더 늘었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김정남 뉴욕특파원] 우크라이나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서 전쟁 위기감이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교전 지역에서 발생한 일로 일상적인 수준이었다는 전언이지만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인 만큼,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등 한때나마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친러 반군과 정부군은 서로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AFP)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새벽 동부 루간스크주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선제 공격을 감행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앞서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반군 등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오전 4시 30분(한국시간 오전 11시30분)께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주에서 박격포와 수류탄 발사기, 기관총 등으로 4차례에 걸쳐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친러 성향 반군이 점령한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측은 “우크라이나 무장군이 민스크 협정에 따라 철수해야 하는 무기를 동원, 휴전체제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루간스크주는 도네츠크주와 함께 러시아 국경에 접한 지역으로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교전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두 지역을 합해 ‘돈바스’라고 부른다.

우크라이나 연합군 작전 담당 공보관은 로이터에 “우리 진영으로 122㎜ 포를 포함한 금지된 무기가 발사됐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군은 이에 대응해 발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또 “이런 사건은 지난 8년간 여러 차례 발생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선제공격을 한 것도 아니지만, 이 정도의 공격은 교전 지역인 돈바스에서는 일상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다만, 현재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으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극에 달하면서 작은 마찰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에서는 1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형성돼 있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제공)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러시아 군 철수를 둘러싼 공방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병력 철수를 주장하는 러시아를 향해 “병력을 7000명 더 늘렸다”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압박했고, 러시아는 “서방의 히스테리가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CNN 등의 16일(현지시간)보도에 따르면 미국 고위당국자는 이날 러시아군 일부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훈련 후 복귀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발표를 두고 “그 주장은 거짓(false)”이라고 대놓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언제든 공습할 수 있음에도 거짓 선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CNN이 입수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보고서에는 현재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배치된 러시아군 규모가 14만800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약 15만명과 엇비슷한 규모다.

다른 서방 진영의 반응도 비슷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추가 병력을 보내고 있다”며 “긴장 완화는 없다”고 말했다. 나토는 오히려 병력을 증강하려는 기류다.

러시아 역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군사 장비를 실은 열차가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까지 공개하며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마친 남부군관구 소속 부대들이 철로를 이용해 원래 주둔지로 복귀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서방 진영이 철군을 믿지 않는데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서방이 러시아의 발표를 믿지 않고 확인이 필요하다고 하는 건 교육을 못 받아서 그렇다”며 감정 섞인 반응을 보였다.

양측의 날선 신경전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러시아군의 철군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게 관건인데, 두 진영이 합의를 보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한편,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진영의 단합을 흔들기 위해 우크라이나 대치 상황을 수개월까지 끌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러스 장관은 전날 영국 텔레그래프에 실은 기고문에서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복시키고 서방의 단합을 시험하기 위해 뻔뻔한 책략으로 이 사태를 수주 또는 수개월까지 더 끌고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