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년만에 밟는 고국땅…사할린 동포 260명 영주 귀국한다
by정다슬 기자
2021.11.25 18:42:06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1세대 21명 '평균 88세'
사할린동포법 시행으로 직계비속까지 대상 확대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길 열려
| 일제 강점기에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 된 후 돌아오지 못한 한인동포와 후손들의 삶을 담은 새고려신문사 이예식 기자의 사진전 ‘귀환’ (출처=새고려 신문사 이예식 기자) |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으로 이주했다가 광복 후에도 귀환하지 못했던 동포와 그 가족 260명이 정부 지원으로 영주 귀국한다.
외교부는 올해 시행된 ‘사할린 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사할린동포법)에 따라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사할린 동포의 순차 입국이 이뤄질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귀국 대상 중 사할린 동포 1세대는 21명이며, 이들의 배우자와 50~60대 자녀들도 함께 귀국한다.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석탄, 목재 등 자원이 풍부한 남사할린을 개발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이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1945년 광복이 이뤄졌지만, 이들은 한국, 일본, 소련 세 나라의 외면 속에서 방치됐다. 오히려 1989년 대한적십자사의 영주귀국 사업으로 남한 국적을 취득하기 전까지는 무국적자로 살아야만 했다.
우리 정부는 사할린 동포들의 영주귀국 사업을 지원해왔지만 그 대상은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사할린에서 태어난 동포 1세, 또는 같은 시기 이전부터 사할린에 거주해온 동포와 배우자, 장애인 자녀로 제한됐었다. 2, 3세들은 일시방문만 가능했다.
영주귀국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사할린 동포법안은 2005년, 2009년 등에도 발의됐으나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지난해 제정됐다. 이 법 시행으로 영주귀국 자격이 직계비속 1인과 그 배우자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또 기존 귀국 사업에 따라 이미 입국한 동포들이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귀국한 1세대 동포 중 최고령은 101세”라며 “고령으로 사할린에 가서 자녀를 보려고 해도 갈 수 없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입국하는 동포 및 동반가족 260명 가운데 1세대는 21명으로 평균 연령이 88세다. 외교부 당국자는 “(입국자 중) 최고령은 1931년생으로 만 90세”라고 전했다.
귀국에 필요한 항공운임 및 초기 정착비, 거주 및 생활 시설에 대한 운영비, 임대주택 등을 정부가 지원한다. 이번에 귀국하는 동포들은 코로나19 방역 절차에 따라 열흘 동안 시설에서 격리한 뒤 영주귀국한 동포 1세대들이 주로 사는 경기도 안산과 인천 등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된다. 아울러 영주귀국 이후 한국 생활 적응 및 정착을 위한 지원캠프에 3개월 정도 참여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사업은 역사적 특수성에 기인한 사할린 동포들의 영주귀국 및 국가 책무를 규정한 법에 근거해서 전액 우리 정부 예산으로 영주 귀국 사업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 아팠던 과거 역사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기대한다”며 “올해 사업 시행 결과를 토대로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내년에도 내실 있게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