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면세품 국내 판매 첫날…주목도는 높았다

by함지현 기자
2020.06.03 16:11:32

신세계인터, 4개 명품 브랜드 200여 종 온라인 판매
한때 고객 15만명 몰리며 홈페이지 접속 마비도
뜨거운 반응에도 면세업계 넘어야 할 숙제 여전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홈페이지)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면세점의 재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재고 면세품 판매가 3일 본격적으로 실시 됐다. 인기 제품을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하며 고객들의 관심이 폭증했다. 온라인 구매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려들면서 한때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주목을 끌었다.

다만 이 같은 뜨거운 반응에도 장기적 해법이 절실한 면세업계는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일 오전 10시부터 자사 공식 온라인몰인 에스아이빌리지에서 ‘600달러 한도 없는 무제한 쇼핑’ 이벤트를 진행했다.

참여 브랜드는 발렌시아가, 발렌티노, 보테가 베네타, 생로랑 등 4개다. 면세점에 반입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난 물품으로 한정했으며 일반 면세점과 다르게 쇼핑 금액의 한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가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신세계면세점이 개별 물품에 대한 통관절차를 거쳐 택배로 배송한다.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12일간 예약 구매가 가능하다. 늦어도 오는 25일까지는 순차적으로 배송을 실시할 방침이다.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유통되는 만큼 면세 가격으로는 볼 수 없다. 가격은 백화점 정상가보다 10~50% 저렴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평소 세일을 자주 진행하는 브랜드들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표 제품으로는 생로랑 캐서린 사첼백이 271만 9000원에서 51% 할인한 132만 7000원, 보테가 베네타의 도큐먼트 케이스가 158만원에서 33% 할인한 106만 1000원, 발렌시아가의 에브리데이 로고 카메라백이 107만 5000원에서 36% 저렴한 68만 9000원, 발렌티노의 락스터드 숄더백 미디엄이 310만원에서 38% 할인한 193만원이다. 이밖에 200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 상품 대상 구매 금액의 5%를 e포인트로 돌려주는 페이백 이벤트도 진행한다. 다만 면세점 상품이라 별도의 보증서 및 사후관리(A/S)는 제공하지 않는다.

사상 처음으로 면세점 물품이 시중에 풀리자 신세계인터내셔날 홈페이지에는 15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한번에 몰렸다. 경쟁력 있는 가격에 브랜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돼서다. 접속자가 몰리면서 오전 한때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능하기도 했다. 일부 접속한 고객들의 주문이 이어지면서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품절 된 품목도 있다.

회사 측은 평소 대비 20배 이상 트래픽(접속자 수)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서버를 증설했다. 하지만 일 평균 트래픽이 20만명 수준임에도 15만명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서버가 다운됐다고 설명했다.



SSG닷컴 역시 오전 9시부터 지방시·펜디 면세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대 46% 할인하며 판매 품목은 지방시 42종, 펜디 43종 등 총 85종이다. 판매 종료 시점은 따로 없고 재고 소진 시까지 진행한다.

예약주문 형태이며 매주 순차적으로 브랜드를 변경해 면세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와 함께 대기업 면세점의 축을 이루고 있는 롯데와 신라 역시 재고 물품 판매를 위해 판매 채널과 할인율 등을 조율 중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이 평소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면세물품의 국내 판매라는 임시방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면세업계에 드리운 그림자는 여전하다.

사실 이번 면세품 판매도 큰 마진을 남기기 위한 조치라기 보다는 쌓여 있는 악성 재고를 털어 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면세점이 과다 보유하고 있는 장기재고의 20% 소진을 가정할 경우 추가적으로 약 1600억원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면세업계 어려움과 관련 정부의 추가조치도 있었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가 공항별 여객감소율에 따라 대·중견기업 최대 50%, 중소·소상공인은 최대 75%까지 임대료 감면율을 확대키로 한 것이다. 현재는 대·중견기업 20%, 중소·소상공인 50%의 감면율을 시행 중이다.

이와 관련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신라, 롯데, 신세계 대기업 면세점 3사와 ‘코로나19 위기 극복 및 상호협력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인천공항 국제선 출발 여객 수가 3만 264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급감하고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 매출이 500억원으로 80% 이상 줄어들 정도로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업계에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물품 판매와 공항 임대료 추가 할인과 같은 대책들이 이뤄지고 있어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면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궁극적인 해법도 모색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