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주한美대사 낙마…美 '대북 군사옵션' 세지나
by김관용 기자
2018.02.01 16:40:46
빅터 차 주한 美 대사 내정자
北시설 정밀타격하는 '코피' 작전 반대로 낙마
美 행정부의 대북 선제타격 논의 급부상
선제타격에 따른 北 군사행동, 남한 피해 막대
[이데일리 김관용·김영환 기자]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겸 조지타운대학 교수의 주한 미 대사 낙마로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실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에 아그레망(임명동의)까지 받은 인사에 대해 미국이 이를 철회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지속적으로 언급했던 ‘군사적 옵션’이 수사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차 석좌는 대북 강경파로 분류된다. 특히 학계에서는 ‘강경 매파’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끝내 주한 미 대사 자리에서 낙마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단면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차 석좌가 몸 담고 있는 CSIS는 공화당의 외교 정책을 생산하는 보수 성향의 외교 전문 싱크탱크다. 그는 지난 2002년 북한에 대해 ‘강경한 개입’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에 발탁돼 부시 전 대통령의 아시아 외교정책을 뒷받침했다. 6자 회담 차석 대표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의견 충돌을 자주 빚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 빅터 차 美 CSIS 한국 석좌 겸 조지타운대 교수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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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차 석좌가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당시는 북한이 대화 제의에 꿈쩍도 하지 않고 도발만 하던 때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대화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매파’로 분류되는 차 석좌 카드를 포기한 건 미국이 여전히 북한의 의중을 의심하고 군사적 옵션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분석이다.
차 석좌의 낙마 이유에 대해 외신들은 북한에 제한적 타격을 가한다는 이른바 ‘코피’(bloody nose) 작전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차 석좌는 내정 철회 소식 직후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를 통해 “북한 핵시설에 대한 예방적 공격은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연시킬 뿐 위협을 막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차 석좌가 반대한 미국의 코피 작전은 이른바 소규모 외과수술적 타격(minor surgical strike)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정밀 타격한다는 의미다. 미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규모 선제타격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재량으로 실행할 수 있는 군사작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공화당원이지만 오바마 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은 언론 인터뷰에서 코피 작전을 ‘도박(gmable)’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북미 간 핵 충돌이 벌어질 경우 미국의 승리를 예견하면서도 “아마 한국인과 미국인 수백만 명이 죽을 것이다.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공격을 받을 경우 군사적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핵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국민 대다수와 남한에 거주하는 미국인을 살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북한군의 장사정포는 수도권의 최대 위협이다. 북한은 현재 평양~원산 이남 지역에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를 배치해 수도권 지역에 대한 기습·대량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야포 8600여문, 방사포 5500여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신형 300mm 방사포도 실전배치 했다.
| 북한군은 인민군 창설 85주년인 지난 4월 25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건군 사상 최대 규모의 ‘군종 합동타격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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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한은 90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스커드 미사일은 최대 430여발이다. 여기에 생화학무기를 탑재할 경우 살상력은 커진다. 북한은 세계 3위 수준의 생화학무기 보유 국가다. 국방부는 북한이 수포성, 신경성 등 25종에 걸쳐 화학무기 2500∼5000톤(t)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정도 보유량은 우리 국민 대다수를 살상할 수 있는 양이다. 실제 코피 작전의 실행으로 북한이 군사 보복에 나서 전면전으로 확산될 경우 그 피해는 가늠 조차 할 수 없다는게 군 당국 판단이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낸 데니스 블레어는 최근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추가 도발 시 제한적인 보복 타격으로 즉각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도발은 태평양에서의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 특수부대요원의 공격 등이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스스로의 도발에 대한 보복을 인지하는 만큼 코피 작전에 따른 선제 타격이 한반도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도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제한적 보복 타격에 동의한바 있다. 이와 관련, 폴 셀바 미 합참 차장은 지난 달 31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군은 북핵 인프라스트럭처의 대부분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피 작전 명령이 떨어지면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