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올해 역대 최대 825만대 목표…‘위기 정면돌파’(종합2)

by김보경 기자
2017.01.02 16:27:23

현대차 508만대 기아차 317만대로 전년 목표보다 12만대↑
정몽구 회장 “내실강화 책임경영으로 불확실성 돌파”
SUV·친환경차 확대, 신규시장 개척, 제네시스 기반강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글로벌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로 2년 연속 판매목표 달성에 실패한 현대·기아차가 당초 올해 판매목표를 보수적으로 제시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사상 최대치인 825만대로 정했다. 더 이상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오히려 성장의 고삐를 더 죄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해외공장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도 판매목표 설정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기아차는 소형SUV와 고급차 등을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R&D 투자 확대 및 핵심 미래 기술 내재화, 상품 경쟁력의 획기적 강화를 통해 미래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성장추구를 당부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판매량이 목표에 미달했다. 2015년 목표는 820만대였지만 판매량은 801만6745대에 그쳤다. 지난해는 창사 이래 최초로 목표치를 전년 대비 7만대 하향 조정한 813만대로 잡았지만 판매량은 788만266대에 그쳤다.

이로써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8년만의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3년만에 글로벌 판매가 80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오히려 지난해보다 목표보다 12만대(1.5%) 늘어난 825만대로 높여 잡았다. 지난해 판매량 대비로는 약 37만대(4.6%)이상 더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중국 시장의 둔화와 미국, 유럽 시장의 정체로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9068만대로 올해 전망치(8902만대)보다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가운데 제시한 현대·기아차의 판매목표는 공격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판매목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차(005380)는 508만대(국내 68만3000대, 해외 439만7000대)로 내수는 작년 목표보다 1만대 줄었고, 해외는 8만대 늘었다. 기아차(000270)는 317만대(내수 51만5000대, 해외 265만5000대)로 역시 내수는 1만대 줄었고 해외는 6만대 증가했다.

현대·기아차가 해외 판매 목표를 늘린 것은 올해 생산능력이 그만큼 확대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기아차 멕시코공장과 현대차 중국 창저우공장 가동에 이어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 현대차 중국 충징공장 등 전세계 10개국 35개 생산공장을 갖출 예정이다. 현대차는 창저우공장의 가동률 증가와 올해 충칭공장 준공으로 17만대, 기아차는 멕시코공장 본격 가동으로 15만대를 더 생산한다. 두 회사를 합쳐 글로벌 생산·공급 능력이 약 32만대 순증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멕시코공장과 창저우공장에 지역 전략 신차를 투입하고, 올해 충칭공장 완공을 통해 신규 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올해 가동되는 충칭공장을 포함해 전세계 10개국 35개 생산공장 체제를 확립하고, 판매망과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고급차·친환경차 등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간 10개 차종 이상의 신차 출시를 통해 시장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상반기 중 소형 SUV 신차를 출시한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크레타, ix25, KX3 등 기존 소형 SUV를 적극 마케팅하고, 선진시장에서는 신형 차종으로 소형 SUV 수요를 끌어모을 계획이다.

고급차 부문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 신차 G70를 선보이고, 미국에는 G80 상품성 개선모델을 투입해 프리미엄 브랜드 기반을 확고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신차 CK를 선보인다.

친환경차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출시,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함께 아이오닉 라인업을 완성하고, 그랜저 하이브리드,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차종을 다양화한다.

현대차그룹은 판매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고 시장별로 상이한 판매 환경과 제도·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역별 특화 차종 개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세계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판매와 서비스 분야의 새로운 혁신을 통해 고객 신뢰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진행했다. 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의 자율성 강화를 통해 산업별 환경 변화에 능동적인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날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정의선 부회장이 배석한 가운데 현대차 시무식은 윤여철 부회장이, 기아차 시무식은 이형근 부회장이 주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