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克日비타민]"벤처 아이디어에 대기업 노하우를 입혀라"

by이민정 기자
2015.08.10 20:00:40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광복 70주년 인터뷰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결국은 우리의 강점인 제조업·수출을 강화하고, 점진적으로 내수를 확대하는 것이 앞으로 70년을 더디지만 꾸준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지금의 국내 경제상황, 대외 환경 변화로 봤을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은 한국경제의 향후 70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난 70년을 살아왔던 것보다 더욱 치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본부장은 “한국경제는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는 올라섰지만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서려는 그 단계에서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광복 이후 1960~70년대를 견뎠던 사람들은 젊을 때 고생하고 나이 들어 과실을 누리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현재 아이들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고 자라지만 나이 들어갈수록 한국경제 저성장이 굳어지면서 점점 더 피폐해지는 삶을 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미래 경제 청사진을 그리는데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천연자원이 없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경제 미래 성장엔진 역시 숙명처럼 제조업과 수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신기술이 집약된 고품질 상품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더욱 주력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도록 벤처기업을 활성화하는 산업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안으로는 침체한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출산장려 정책의 적극적인 추진과 관광활성화 방안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 본부장은 “미국을 보면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 전자업체 제니스 등이 무너져도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기타 과학기술 벤처기업들이 끊이지 않고 생겨나면서 성장동력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벤처기업이 모험을 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내면 대기업이 사들여 그 사업을 더욱 키우고 그 벤처기업은 사업을 매각한 돈으로 새로운 모험을 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는데 한국은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성장을 놔두질 않는다”며 “새로운 아이디어, 성장동력이 생겨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위축되고 있는 내수 시장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꾸준히 출산 장려 정책을 펴되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관광활성화를 꾀하면서 더 많은 외국관광객들을 유치해 국내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와 내수 위축의 주범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혼 고착화를 타계하는 한편 결혼연령을 앞당기고 자녀 출산도 젊은 나이에 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제언하기도 했다.



한 본부장은 “취업을 해도 몇 년간 학자금 대출 상환에 헉헉대고, 또 혼수자금 마련에 몇 년이 걸린다. 결혼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며 “무조건 대학을 나와야 하는 사회가 아닌 재능을 살려 직업기술학교 를 나와도 취업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갖추고, 20대에 결혼하면 10년 동안 임대아파트를 무상으로 주는 방안 등을 추진해 재산형성이 가능하고, 집을 빨리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관광 유치와 관련해서는 “의료관광 활성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문화유적 등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 멋진 건축물을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지어 관광객들에게 어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에는 소득 8만달러 이상의 중산층이 우리 인구와 맞먹는 5000만명이나 된다”며 “중국 청도와 새만금을 잇는 카지노 선박을 띄워 중국 카지노 관광객들만이라도 싱카포르, 마카오 등 해외 카지노 사업장이 아닌 우리 내수 시장으로 끌어들여도 우리 경제에 크나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 본부장은 “궁극적으로 남북통일을 이뤄내 북한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중국보다는 한국 쪽에 가까운 연변, 간도 지역 역시 한국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고 지적했다.

한 본부장은 “개인에게 회생의 기회가 없는 가계부채보다는 국가 빚인 재정적자가 낫다”며 “경기 회복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내려 가계가 빚을 내 소비를 하도록 부추기기 보다는 균형재정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재정적자가 나더라도 국가가 돈을 푸는 것이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취지에 더욱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채무상환이 불가능한 가계는 부채탕감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1961년생 ▲연세대 행정학과 ▲미국 뉴욕시립대 경제학 박사 ▲현대경제연구원 전략경영실 이사, 컨설팅본부장, (現 )총괄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