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면세점 대전]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by민재용 기자
2015.06.01 19:03:39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승리위해 적과의 동침
롯데면세점, 신라호텔 겨냥하다 신세계로 타깃 바꿔
한화갤러리아, 중견기업 유진과 경쟁에 속앓이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서울 시내 면세점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가히 전쟁 수준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적과 동침을 선언하는 건 기본이고, 경쟁사의 입지 선정에 따라 공격 대상이 하루 만에 바뀌는 등 전략과 음모가 판치던 중국 춘추전국시대 상황과 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신규 면세점 경쟁이 ‘피도 눈물도 없는’ 치열한 전쟁터임을 가장 먼저 알게 해준 곳은 호텔신라(008770)와 현대산업(012630)개발이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면세점 입찰 전에서 손을 맞잡기로 하고 재계 영원한 라이벌인 삼성가와 현대가의 합작을 이뤄냈다.

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공조에 재계 전체가 놀랐지만, 이번 입찰 전에 뛰어든 범 삼성가 신세계(004170)와 범 현대가 현대백화점(069960)은 가장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세계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냉정한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며 “더는 범 삼성가 범현대가라는 명칭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의 입지 선정에 따라 업체 간 경쟁 구도가 하루 만에 바뀌는 등 입찰 전 전세도 막판까지 요동쳤다.

대표적 사례가 롯데-신라-신세계 간 3각 경쟁 구도다. 롯데는 애초 독과점 논란을 의식해 이번 입찰 전에 참가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면세점업계 영원한 라이벌 신라가 참전을 선언하자 입장을 바꿨다.



신라가 이번 입찰 전에 실패할 경우 올 하반기에 있을 소공동 면세점 입찰 전에 뛰어들 수 있는 만큼 롯데도 선제적 방어차원에서 입찰 전 참가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신세계가 소공점 바로 코앞에 시내 면세점을 내기로 하자 주요 공격대상은 신세계로 바뀌었다. 신세계가 면세점 유치에 성공하면 소공점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경쟁이 심한 동대문에 면세점을 낸 것은 신세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입찰 전에 큰 관심 없던 롯데가 막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쟁자이지만 경쟁을 할 수 없는 복잡(?)한 관계도 있다. 각각 면세점 후보지로 여의도를 선택한 한화갤러리아와 유진기업(023410)의 관계가 그렇다.

한화는 대기업 몫 면세점 입찰에 유진은 중소·중견기업 몫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고 있어 두 기업은 엄밀히 말해 경쟁자가 아니다.

하지만 공교롭게 두 기업이 선택한 면세점 후보지가 여의도로 겹치면서 관계가 꼬이기 시작했다. 두 기업 중 한 기업이 여의도에 면세점을 유치하면 다른 기업은 면세점을 여의도에 유치할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63빌딩은 연평균 32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서울의 대표 관광지”라며 “여의도에 면세점이 생긴다면 63빌딩 내 들어서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