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대신 92만원 루이비통".. 지갑 얇아진 中, 중고로 플렉스
by양지윤 기자
2024.11.25 18:23:13
경기 둔화에 온·오프 중고 명품 매장 활기
코로나 이후 연평균 30% 성장
"경제적 압박에 중고 명품 대안으로 떠올라"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중국 경기 둔화로 까르띠에 모기업 리치몬드그룹과 구찌 모기업 케링, 루이비통 모기업 LVMH 등이 3분기 아시아 지역에서 일제히 매출이 꺾인 가운데 명품 중고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갑이 가벼워진 명품족이 중고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온·오프 중고 명품 매장을 찾는 실속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금이 부족한 중국 소비자들이 중고 명품에 매료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상하이 홍차오 공항 근처 거대한 지하 매장에는 중고 루이비통과 디올, 구찌 등 세계 유명 명품 브랜드 상품들이 가득 쌓인 채 쇼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며 명품 판매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중고 명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컨설팅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과 칭화대학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3000억위안(약 55조원)에 불과했던 중국의 중고 명품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기인 2020년 1조위안(약 190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이후에도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FT는 “중고 명품 시장에 대한 최근 데이터는 부족하지만 수수료를 받고 명품을 재판매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ZZER과 센위(Xianyu) 등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2022년 문을 연 상하이의 ZZER 매장에서는 하루에 5000개의 중고 명품 제품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ZZER에서는 루이비통이라고 적힌 1만4300위안(약 276만원)짜리 가방이 4762위안(약 9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상하이의 프렌치 컨세션 지역 역시 중고 가방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이 곳의 한 매장에선 2014년 출시된 샤넬 가방을 원래 가격인 4만1000위안(약 791만원)에서 할인된 3만5800위안(약 691만원)에 팔고 있다. 센위에서도 사용자들이 공격적인 가격 흥정에 대한 의견을 남기며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졌다고 FT는 전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마케팅 그룹 WPIC의 제이콥 쿡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 기간 동안 경제적 압박과 여행 제한으로 인해 사람들이 해외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되면서 비용 효율적인 대안으로 중고 명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팬데믹 이후에도 여전히 경제적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케링은 3분기 매출은 38억유로(약 5조6044억원)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했다. 케링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6% 감소한 약 25억 유로(약 3조 689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팬데믹이 절정에 달했던 2020년보다 더 큰 하락폭이다. LVMH도 3분기 글로벌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한 191억 유로(약 28조원)를 기록했다. 2020년 2분기 이후 최악의 분기 실적이다. 이들 업체들은 명품 업계 큰손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실적 부진을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