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그룹 유준원 회장, 첫 재판서 혐의 전면 부인…장기화 조짐

by남궁민관 기자
2020.08.26 16:48:30

檢 본격 수사 9개월여만 첫 재판 열린 가운데
유 회장 및 함께 기소된 피고인 대부분 혐의 부인
치열한 법리다툼 예고 속 재판부 절차 진행에 난색
유 회장 측, 박 모 변호사 측 나눠 분리 진행키로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상상인그룹의 불법대출 및 시세조정 의혹과 관련 검찰의 본격 수사 9개월여 만에 첫 재판이 열렸지만, 유준원 상상인그룹 회장을 비롯 피고인들 대부분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법리다툼을 예고하면서 향후 재판 절차 역시 장기화될 조짐이다.

상상인그룹의 불법대출 의혹을 받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허선아)는 2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유 회장 등 20명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 가운데, 핵심 피고인인 유 회장과 검사 출신 박 모 변호사를 비롯 대부분의 피고인들의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먼저 유 회장 측은 “유 회장의 공소사실 중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할 만한 외관상 허위 사실이 공소장에 제출되지 않았으며, 설령 고시과정에서 오류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축은행이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다는 취지”라며 “또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혐의에 대해 유 회장은 실제 행위가 없고 중요 정보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없었으며, 시세조정 혐의와 관련해서는 자사주 매입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검찰이 의미를 부여한 것처럼 시세조정의 의도 또는 공모는 없어 법리적으로 범죄를 구성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시세조정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 변호사 역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 변호사 측은 “박 변호사의 공소사실은 시세조정 행위, 그리고 이를 위해 법인자금을 이용했다는 배임,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등 세가지”라며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박 변호사가 시장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어떻게, 어느 정도의 이익을 취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배임 혐의 역시 시세조정 행위 성립이 전제되므로 부인하며, 보고의무 의반은 일단 부인하고 향후 상세히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외 일부 검찰의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지 못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 역시 일관되게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법리적으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향후 치열한 법리다툼이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이 20명에 달하는 데다 공소사실 역시 각 피고인별로 상이한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당장 검찰이 요청한 증인들 중 유 회장 측이 부동의한 증인만 70여명, 박 변호사가 부동의한 증인 역시 30여명에 달한다고 언급한 점에 비춰 향후 증인신문만으로도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검찰은 유 회장과 박 변호사 간 공소사실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향후 재판을 두 파트로 나눠 각각 진행하는 방식을 제안했고, 이에 재판부 및 변호인 모두 동의했다. 재판부는 “유 회장 공소사실 관련 피고인은 유 회장 포함 14명, 박 변호사 공소사실 관련 피고인은 박 변호사 포함 6명으로 유 회장 측과 박 변호사 측 관련자를 나눠 재판을 분리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입장 진술이 마무리되지 않은만큼 재판부는 한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속행하기로 결정했다. 유 회장 측 2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7일 오후 2시 30분에, 박 변호사 측 2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21일 오전 10시에 진행키로 했다.

한편 검찰은 유 회장이 코스닥 사장사들에게 사실상 고리 담보대출업을 하면서, 외관상으로는 상장사들이 전환사채 발행에 성공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해 투자자들을 속여 대출상품을 판매했다고 보고 있다. 또 전문 시세조종 꾼과 함께 상장사 인수합병(M&A) 관련 정보를 시장에 알려지기 전 미리 취득해 이익을 취하고, 상상인그룹 지주사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도 받는다.

박 변호사는 7개 차명법인과 30개 차명계좌를 이용해 배후에서 상상인그룹 주식을 14.25% 보유하며 금융당국에 대한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상상인그룹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주가 방어를 돕고, 이 과정에서 차명으로 지배한 상장사 2개 등 4개사의 회사 자금 813억원을 사용한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