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논란 "정부의 가격 개입은 안돼"...참여정부 공정위 부위원장의 고언

by김상윤 기자
2017.06.08 16:47:06

김병배 공정거래실천모임 대표
"자율경쟁 시장서 정부 개입 반대"
"요금구조 투명화 및 집단소송제 도입"
공정위, KDI에 통신시장구조 분석 의뢰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노무현 정부 말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을 지낸 김병배(63·사진) 공정거래실천모임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통신료 인하 정책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워 주목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통신기본료 폐지 압박은 자율 경쟁을 기반하는 시장에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실천모임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기획위는 통신기본료 폐지 및 통신요금 인하의 강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실천모임은 이미 통신요금은 통신3사와 알뜰폰회사가 경쟁을 하면서 조정해야지, 정부가 가격 개입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공무원에게 위법하거나 법적인 근거가 없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고, 통신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할 통신요금의 수준 및 구조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정신에 반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이통사 통신기본료 수입이 영업이익 2배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비합리적이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통화에서 “전기료와 달리 이동통신시장은 민간기업이 결정하는 터라 정부가 나서서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요금을 정한 뒤 미래창조과학부의 인가를 받긴하지만 정부가 먼저 나서서 이를 요청하는 것은 위법이고 구태의연한 방식이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공정위의 시장감시 기능을 통해 사후적으로 제재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나 서비스 시장 특성상 다수의 피해자가 나와도 이를 구제할 방안이 없는 만큼 집단소송제 등을 도입하면서 민사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단소송제는 기업의 부당행위로 피해를 입은 특정인이 소송에서 이기면 나머지 피해자도 모두 배상받는 제도로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통신3사로 독과점 형태를 띄고 있는 통신시장에 대해서는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가 허가를 하는 시장에서 초과이윤을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들의 경영활동으로 효율성을 높인 결과인지, 진입장벽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인지 판가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개입이 타당한지 논란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통신시장의 경쟁제한성 여부에 관한 연구용역을 맡겼고, 올해 분석 결과를 받아 제도 개선 사항을 권고할 예정이다.

한편, 공정거래실천모임은 김병배 대표가 김앤장 변호사를 그만두고 지난해 공정위 인가를 받아 설립한 비영리사단법인이다. 경쟁법을 다루는 경제학 교수, 변호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고, 정기적으로 만나 공정한 경쟁을 왜곡하는 정부 규제 및 개입에 대해 토론하고 이를 모아 보도자료 등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휴대폰 보조금 상한 규제를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과 합리적인 규제를 통해 국민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공정거래실천모임을 만들었다”면서 “앞으로도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현상이나 제도 등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책을 제안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