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M&A 내부정보로 떼돈 번 브로커 등 무더기 적발
by김보영 기자
2016.10.17 15:54:25
檢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사범 집중단속해 19명 기소
올 상반기 금융당국 고발 미공개 정보이용 사건 42%↑
중국기업의 국내 상장사 M&A 내부정보 이용 등
"유관기관과 협업해 집중단속 체제 유지할 것"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1. 저축은행장을 지낸 브로커 하모(63)씨는 지난 2014년 8월 국내 1위 유아의류업체 아가방컴퍼니의 대주주 주식과 경영권을 약 320억원에 중국 기업으로 매각하는 인수합병(M&A)을 중개했다. 하씨는 중개 과정에서 얻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 매각 전 약 77억원 상당의 아가방컴퍼니 주식을 매수해 약 33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검찰은 지난 7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하씨를 구속기소하고 공범 정모(65)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2. 법무사 배모(39)씨는 지난해 9월 한 코스닥상장사의 계약서 검토 및 등기 업무를 위임받으며 이 회사가 유명 여자 연예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 연예기획사를 인수합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배씨는 이 회사 주식 1만 9941주(약 1억 900만원)을 미리 매수했다 팔아 약 1700만원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 11일 약식 기소됐다.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주식거래로 부당이득을 챙긴 사범들이 최근 잇따라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박길배)는 지난 6월부터 미공개정보 이용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해 총 5건을 적발하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자 19명을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위원회가 검찰에 고발 및 통보한 미공개 정보 이용행위 사건은 전년동기에 비해 약 42% 늘어난 총 20건으로 집계됐다.
검찰은 이번 단속에서 △중국계 회사의 국내 상장사 M&A 정보를 이용한 국내 브로커와 내부자 중국인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유명 방송인 영입 정보를 이용한 소속 연예인의 미공개정보 이용 △제약회사의 신규 투자 진출 정보를 이용한 내부직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회사합병 등기 업무를 담당했던 법무사의 미공개정보 이용 등을 적발했다.
검찰은 현재 한미약품(128940)이 대형 기술수출 계약파기 정보를 공시하기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정보를 사전유출한 의혹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한미약품 본사에 수사관 5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특히 중국계 회사의 한국 기업 M&A와 연예인 영입정보 등 이른바 ‘테마주’에 편승한 미공개 정보 이용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최근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한 주식거래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중국인 2명을 구속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M&A 건수와 거래액은 각각 전년 대비 3배와 128% 늘어난 33건과 19억3000만 달러(약 3조 726억원)를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중국의 한국 기업 M&A 64건 가운데 70%가 최근 2년 사이에 이뤄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 사건은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거래와 함께 자금원과 불법수익 추적을 피하기 위한 자금세탁 등 범행은폐 시도가 있었다”며 “특히 중국계 회사의 M&A 정보 이용 범행은 정보 생성과 유통이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져 증거 확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검찰은 진화를 거듭하는 미공개 정보이용 주식거래 범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업해 집중 단속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