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했지만…” 노벨상 시상식서 한강 ‘한국어 호명’ 무산된 이유
by강소영 기자
2024.12.11 16:27:54
한강 작가, 10일 스웨덴 한림원서 노벨문학상 수상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블루카펫’ 밟은 최초의 한국인
시상식서 한국어 호명 무산은 “발음 생소해 그런 듯”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한강 작가가 10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시상식에서 한국어로 한강을 호명할 예정이었으나 막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노벨상 연회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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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문학상 시상자로 나선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 엘렌 맛손은 이날 영어로 “디어(Dear) 한강,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호명했다.
당초 노벨상 시상식에서는 수상자의 모국어로 호명해 왔기에 한강 작가 역시 한국어로 호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영어로 호명된 이유에는 자칫 어색한 한국어 발음이 시상식의 집중력과 무게감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 번역 의뢰를 받은 박옥경 번역가는 연합뉴스에 “(맛손 측이) 처음에는 한국어로 하겠다며 마지막 한 줄을 번역해달라고 부탁해 왔다”며 “번역 문장을 보냈더니 ‘장담은 아직 못 하겠으나 한 줄 더 번역해 달라’고 추가로 요청이 왔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상식을 며칠 앞두고 (맛손 측에서) 도저히 어려울 것 같아서 결국 영어로 하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박 번역가는 스웨덴 국적의 남편 안데르스 칼손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한국학 교수와 함께 직접 한국어로 된 문장을 각각 녹음해 전달했다. 부부는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을 스웨덴어로 공동 번역했다.
그는 “한림원이 스웨덴어 발전을 추구하는 기관이라 연설문은 전통대로 스웨덴어로 낭독하지만, 마지막에 호명할 때는 수상자 출신국 모국어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간은 대부분 서양 언어권이었다”라며 “(맛손 위원이 한국어를) 마지막까지 연습했지만, 워낙 (발음이) 생소해 그런 것 같다”고 했다.
한강 작가는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 시상식 무대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문학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위상을 드높였다. 한강은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아시아인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은 2012년 중국 소설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노벨상 시상식이 콘서트홀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래 한국인이 이곳에 깔린 ‘블루카펫’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앞서 진행된 노벨상 시상식에서는 2022년 프랑스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 2019년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가 각각 수상 마지막 문장 전체를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호명했다. 또 2006년 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 수상 당시에도 시상자가 마지막 문장 전체를 튀르키예어로 말했다. 반면 2012년 중국 소설가 모옌의 수상 때는 스웨덴어로 연설문 전체를 낭독한 뒤 마지막 그의 이름을 부를 때만 중국어로 “모옌 칭(請·청하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