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25억짜리 국제행사 여는 연수구…주민 ‘싸늘’

by이종일 기자
2021.10.25 18:00:05

코로나 확산, 참가자 줄었지만 예산 규모 그대로
시비 지원받자 구비 이전해 행사비로 ''돌려막기''
주민 "이 시국에 수십억짜리 국제행사 해야 하나"
연수구 "새로운 평생학습 체계 개편 위해 필요"

연수구청 벽면에 부착된 제5차 유네스코 학습도시 국제회의 홍보 현수막. (사진 = 이종일 기자)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코로나19 확산세로 주민 불안이 커진 상황에 인천 연수구가 대규모 국제행사를 열어 눈총을 받고 있다.

외국인 등을 초청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일부 주민은 일회성 행사에 예산을 무리하게 집행한다는 비판을 쏟고 있다.

25일 연수구에 따르면 연수구는 27~30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제5차 유네스코 학습도시 국제회의를 연다.

국제기구인 유네스코 산하 평생학습원이 주최하고 연수구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세계 건강 교육과 위기 대응’을 주제로 한다. 2년마다 여는 유네스코 학습도시 국제회의는 연수구가 지난해 유치했다.

연수구는 애초 외국인 700명, 내국인 4300명 등 전체 5000명이 참석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열려고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자 외국인 44명, 내국인 156명으로 초청자 규모를 줄였다. 오프라인 행사를 축소하고 온라인 생중계를 통한 비대면 참여를 병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것이다.

참가자 규모가 줄었지만 사업비는 바뀌지 않았다. 연수구는 이번 사업을 위해 시비·시교육청 보조금 등으로 25억원을 확보했다.



해당 사업비는 국비 7억원, 인천시 보조금 5억원, 시교육청 보조금 2억원, 구비 11억원으로 마련하려고 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국비 지원을 거부하자 연수구는 시 보조금 5억원에 특별조정교부금 7억원을 추가해 전체 12억원 지원을 인천시에 요구했다.

행사비 5억원을 보조한 인천시는 일회성 행사에 특별교부금 7억원을 추가 지원할 수 없다며 이 돈을 대신 송도 가로녹지 유지·관리비 목적으로 연수구에 줬다. 연수구는 시비 7억원을 가로녹지 유지·관리비로 확보하자 기존 구비로 세운 유지·관리비 7억원을 국제회의 행사비로 이전했다. 사업비 돌려막기를 한 셈이다. 시교육청도 행사비로 2억원을 지원했다.

연수구는 예산 25억원으로 외국인 참가자의 항공료, 숙박비, 식비를 내고 동시통역비, 온라인시스템비 등으로 쓸 예정이다. 부대행사비를 포함하면 전체 사업비는 33억원으로 늘어난다. 주최측인 유네스코 평생학습원이 내는 돈은 한 푼도 없다. 일부 주민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국제행사 개최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주민 신모씨(50대·여·연수동)는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위협받는 이웃이 많다”며 “이 시국에 막대한 예산을 국제행사에 쏟는 것은 적절치 않다. 연수구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성 더불어민주당 연수구의원은 “연수구가 예산 돌려막기를 통해 무리하게 국제행사를 개최하려고 한다”며 “주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일회성 행사비는 대폭 줄이고 주민 삶을 직접 돕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연수구는 “이번 행사는 코로나19로 위축된 디지털 문해력 증진과 새로운 평생학습 체계 개편을 위해 필요하다”며 “국제회의에서 취약계층 대응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참가자 수가 줄었지만 메타버스, 온라인 송출시스템 운영비로 3억~4억원이 들어가 사업비를 축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회의 개회식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인천·서울교육감, 세계 27개국 지자체장 등이 참석한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현장점검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