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5400억원에 美 듀폰 전력반도체용 웨이퍼 사업부 인수

by양희동 기자
2019.09.10 16:34:00

SiC웨이퍼시장 진출..전기차 시대 대비
高성장 중인 글로벌 부품/소재 영역 확장
제조 기술 역량 접목..공정 최적화 및 생산성 개선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원판) 제조기업인 SK실트론이 미국 듀폰의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해 미국·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는 전력반도체용 웨이퍼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SK실트론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듀폰의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Silicon Carbide Wafer·SiC 웨이퍼)’ 사업부를 4억 5000만 달러(약 54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 규제 속에서 소재 국산화 요구가 강한 상황에서 나온 과감한 투자 결정이란 평가다. 두 회사는 관련 국내·외 인허가 승인을 거쳐 연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SiC 웨이퍼는 고경도, 내전압, 내열 특성으로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전력반도체용 웨이퍼로 각광 받고 있다. 최근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를 비롯한 국내·외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SiC 웨이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양산은 소수 업체만 가능해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 및 욜(Yole) 등에 따르면 SiC 웨이퍼를 기반으로 제조되는 전기자동차, 통신용 전력반도체의 전 세계 시장규모는 올해 13억 달러에서 2025년 52억 달러로 4배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은 독자 생산설비 설계 및 운영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의 대형 전력반도체 제조사 대상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양산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필수 소재인 SiC 웨이퍼의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증가, 글로벌 소재 업체들 사이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SK실트론은 현재 주로 사용되는 150mm SiC 웨이퍼의 경우 자체 설계 및 양산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듀폰을 포함한 소수기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전에도 여러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35년 이상 웨이퍼 생산역량을 보유한 SK실트론의 경쟁력과 반도체 소재 육성 의지가 인수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SK실트론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빠른 시장 및 기술 진입을 위한 것으로 향후 미국 현지 R&D(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웨이퍼 수출 기업인 SK실트론은 듀폰이 보유한 R&D 및 생산역량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글로벌사업 확장을 지속할 계획이다. 또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전기차 배터리, SKC(011790)의 동박사업 등과 함께 고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분야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됐다.

SK실트론 관계자는 “SK실트론의 제조 기술 역량을 접목해 공정 최적화 및 생산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며 “향후 적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듀폰의 현지 생산 시설 및 위치. (자료=SK실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