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만 남긴 김태호 사퇴…김무성호 '출렁'

by정다슬 기자
2014.10.23 18:35:58

시기·명분·목적 모두 불확실…최고위원 1석 공석돼
김무성 "설득해서 사퇴 철회"…김태호 "번복 없다"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돌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시기도, 명분도, 목적도 불확실한 김 최고위원의 사퇴에 순항할 것으로 예측됐던 ‘김무성 체제’가 향후 어떤 국면을 맞이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내고 있는 곳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저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의 표명을 한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회의를 마치고 국회 당 대표실을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김 최고위원의 사퇴 발언이 나오자 회의장은 술렁거렸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다. 실제 김 최고위원이 사퇴를 언급하기까지 지도부와 어떤 상의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최고위원 자신도 “저 혼자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퇴의 변도 의문투성이라는 관측이다. 김 최고위원의 사퇴의 변을 종합하면, 개헌을 위해서는 경제활성화 법안이 먼저 통과돼야 국민들도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해 적극 지지할 것이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금은 국회가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장기간의 진통을 끝내고 겨우 정상궤도로 돌아선 시점이다.

김 최고위원이 대표적인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언급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역시 정치적 직(職)을 걸기에는 다소 뜬금없다는 지적이 많다.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의 이 법안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강조한 31개 경제민생 법안 중 하나로, 여당 내에는 큰 이견이 없다. 김 최고위원의 ‘결단’이 뚜렷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의료영리화를 이유로 이 법안을 반대하고 있어, 여야 합의로 “‘쿨’하게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도 아니다.



이렇듯 김 최고위원의 사퇴가 갖가지 의문을 남기면서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들이 나온다. 김 최고위원이 이번 사퇴를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그간 최고위에서 당 대표만 조명을 받으면서 이대로 있다간 묻힌다는 위기감이 드러난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40대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두차례 경남지사를 지내고 이명박정부 시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여권 내에서는 이미 잠룡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당내에는 그가 사퇴의 변에서 김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는데 초점을 맞춰 ‘김무성 흔들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그는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를 강조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활성화법안만 좀 통과시켜달라고 애절하게 말씀하셨다”며 “그런데 국회에서는 거기에 ‘개헌이 골든타임이다’며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다. 대통령께서 가슴이 많이 아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기국회 후 개헌론이 봇물터질 것”이라고 말한 김 대표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최고위원의 사퇴가 어떤 이유로 이뤄졌든 김무성호는 타격을 받은 모습이다. 세월호 정국이 끝나고 국감도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펴야하는 시점에 최고위원직 한 석이 비게 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당규에 따르면 잔여임기가 1년 이상인 최고위원직이 궐위될 경우 60일 이내에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최고위원을 선출해야 한다. 이 자리를 친박(親朴·친박근혜)계가 차지하면서 김 대표의 지도부 체제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최고위원이 왜 사퇴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설득해서 (사퇴의사를) 철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김 최고위원은 주변에 ‘최고위원직 사퇴는 번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