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부터 ‘어벤져스’까지…디즈니의 100년 어땠나

by이명철 기자
2023.10.16 17:41:13

닛케이신문 ‘10개의 숫자로 보는 월트디즈니 100년’
캐릭터·콘텐츠로 승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로 도약
OTT기업 넷플릭스에 시총 추월, 조직 구조조정 박차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미국의 월트디즈니가 16일 창업 100주년을 맞았다.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에 이어 지금의 ‘디즈니 제국’을 완성한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까지 디즈니의 역사는 길고 다채로웠다.

미키 마우스로 상징되는 디즈니의 다양한 캐릭터는 아이언맨 같은 슈퍼히어로까지 넓어졌다. 처음에는 애니메이션 회사로 시작했으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거쳐 지금은 제작사인 픽사·마블뿐 아니라 ESPN 같은 뉴스 채널,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까지 다양한 영역을 구축했다.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에서 열린 시네마콘 2023 디즈니 스튜디오 프레젠테이션 중 100주년을 기념하는 디즈니 로고가 전시되고 있다. (사진=AFP)


일본 니혼게이자이(니케이)신문은 디즈니 100주년을 맞아 10개의 숫자로 디즈니의 역사와 현 상황을 살펴봤다.

월트 디즈니와 로이 디즈니 형제는 192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차고에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처음 만든 캐릭터인 토끼 ‘오스왈드’가 유니버설과 소유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나오게 된 것이 ‘미키 마우스’다.

디즈니는 이후 60개 이상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내놨다. 미키 마우스를 비롯한 의류, 장난감 등 상품 라이센스와 소매 매출은 지난해 기준 52억달러(약 7조원)다.

물론 디즈니 전체 매출은 이를 훨씬 웃돈다. 지난해 디즈니 총매출은 827억달러(약 112조원)가 넘는다. 이중 캐릭터의 힘을 통해서만 수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디즈니는 1957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밥 아이거가 2005년 CEO로 취임한 후 ‘3대 인수’로 불리는 픽사·마블·루카스필름을 사들이며 영향력을 키웠다. 디즈니의 시가총액은 한때 3400억달러(약 460조원)가 넘었다.

다만 지금은 절반 수준인 1543억달러(약 209조원)까지 내려갔다.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인 넷플릭스(약 1576억달러)에 다소 뒤진 수준이다.

아이거는 미국 방송사인 ABC에 입사해 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ABC는 디즈니 산하에 편입되기도 했다. 2005년 디즈니 CEO에 오른 그는 픽사를 74억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해 디즈니를 미디어·오락 복합기업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거와 협상한 적이 있는 일본 기업 전직 대표는 니케이에 “아이거는 언제나 부드럽지만 정치나 사회에의 의견을 확실히 전하는 ‘말하는 경영자’였다”고 평가했다. 아이거는 2021년 CEO에서 물러났지만 후임인 밥 차펙이 여러 논란을 일으키면서 물러나자 지난해 11월 다시 복귀했다.

디즈니랜드는 전세계 6개 도시 12곳에 위치했다. 연간 방문자수는 1억명에 이르고 테마파크 부문 영업이익은 2023년 4~6월 24억달러(약 3조원)를 기록했다.

티켓 요금은 수요에 따라 가격을 바꾸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적용한다. 할로윈을 앞둔 10월 28일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파크에 가겠다면 요금만 25만원 가량이 든다. 미국은 11일에도 최대 9%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테마파크인 ‘디즈니 월드’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했다. 지난해 디즈니가 이곳에서 낸 세금은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니케이에 따르면 디즈니는 플로리다주가 성적소수자에 대한 교율을 제한한다며 론 디샌티스 주지사를 정면 비판하면서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디즈니지만 요즘 영화 사업은 신통치 않은 편이다. 디즈니의 영화 흥행 수입은 2019년 1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때 ‘알라딘’ ‘라이온킹’ ‘토이스토리4’ 등이 흥행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세계 흥행작 상위 5개 중 디즈니 작품은 2개에 그쳤다. 흥행 수입도 53% 가량 감소했다. 올해도 흥행 성적은 좋지 않은 편이다. 가뜩이나 인기 독주를 이어갔던 마블 시리즈도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화 사업이 시들한 사이 2018년에는 처음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에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시가총액 선두 자리를 내줬다. 넷플릭스는 2012년부터 동영상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했으며 자체 제작 영화나 드라마도 선보이고 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디즈니와 콘텐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디즈니는 넷플릭스 추격에 위기감을 느끼고 넷플릭스에 주요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 2019년에는 OTT 서비스인 ‘디즈니+(디즈니플러스)’를 시작했다. 현재 누적된 영업적자는 108억달러(약 14조6000억원) 규모다. OTT 특성상 대형 작품을 만들 때 들여야 하는 선행 투자 영향이다.

경영 개선을 위해 CEO에 복귀한 아이거가 선택한 것은 전체 직원 3% 인원 삭감이다. 규모로는 7000명 정도다.

아이거는 지난 7월 “옛날 TV 방송국은 핵심 자산이 아닐 것”이라고 밝혀 일부 사업체의 매각도 시사했다.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의 전략 부문을 해산하는 등 55억달러(약 7조5000억원) 이상 경비 절감을 할 것으로 니케이는 예상했다.

할리우드 각본가들은 OTT 작품 보수 개선과 인공지능(AI) 규제를 요구하며 올해 5~9월 파업을 벌였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AI를 활용하는 등 작품 제작 효율성을 높여야 하지만 배우들 사이에선 위기감이 퍼지면서 갈등이 번지는 양상이다.

닛케이는 “아이거는 ‘노조의 요구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해 반발을 샀지만 배우진은 여전히 파업을 계속해나가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을 탐색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