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다슬 기자
2020.03.06 17:03:00
아베, 벚꽃 스캔들에 코로나19 늑장대응으로 입지↓
"중국 입국 금지하라"는 지지층 요구에도 中눈치만
한국, 아무 소통없이 일방적 발표..양국갈등 재점화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번번이 뒷북·늑장 행보를 보인 아베 총리가 비판을 피하려고 내놓은 쇼다”
일본 언론들이 지난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놓은 한국과 중국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국과 중국에 발행된 비자 효력을 정지하고, 한국인이 90일 이내 단기 체류를 하는 경우 일본에 무비자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으로 입국할 경우 지정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이 경우에도 대중교통은 이용할 수 없게 했다.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 기자회견 이후 일본 언론들은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놨다. 아사히 신문은 “강한 단어를 선택한 것에 대해 지도력을 연출하려고 보이는 의도가 보인다”고 평가했고, 마이니치 신문은 “이미 미즈기와(水際·‘물가’라는 단어로 감염원이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조치)는 무너졌고 국내에서는 2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며 “실효성보다 강한 메시지로 강한 정책 자세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둔 것”이라고 봤다.
일본에서는 지난 설 연휴 직후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자 중국인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특히 아베 총리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자민당 보수세력은 중국 전역의 입국 금지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2019년 방일 외국인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데다 4월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방일 등을 감안해 아베 총리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국회 행사를 지지자들을 위한 사적인 목적으로 썼다는 ‘벚꽃 스캔들’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측근들의 부패 혐의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고, 이 와중에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정치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마저 잃어버렸다. 전국 초·중·고교에 휴교할 것을 권고했으나 독단적인 결정이라는 뭇매를 맞기도 했다.
결국 아베 총리가 한·중 입국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내놨지만 늦었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세는 최근 둔화하고 있고, 이제 와서 중국 전역의 입국 금지를 내리는 것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5일 기준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43명, 사망자는 30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일만 하더라도 신규 확진자 수가 573명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나흘 연속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정부 내에서도 입국제한 결정이 내려진 이후 동요가 적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놀랐다. 미즈기와 대책은 오히려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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