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경기도 지분적립형주택, 좌초되나

by황영민 기자
2025.03.05 15:14:45

지난해말부터 두차례 연속 경기도의회에서 발목
설계자 김세용 GH 사장 돌연 사퇴로 동력 상실 우려에도
경기도·정부 부동산 정책에 반영돼 지속가능성 담보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지분적립형주택)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경기도의회에서 연달아 제동 걸리고 있는 와중에 사업을 설계한 김세용 GH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돌연 사퇴하면서다. 다만 GH 내부에서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은 이미 담보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가 지분적립형주택 추진을 위해 도의회에 제출한 ‘경기주택도시공사 광교A17블록 공공주택사업 신규투자사업 추진동의안’은 지난해 말부터 두 차례 연속 도의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5일 퇴임식을 마친 김세용 GH 사장이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사옥을 떠나고 있다. (사진=경기주택도시공사)
지난해 말에는 소관 상임위도 아닌 미래과학협력위원회 소속 김태형 의원(더불어민주당·화성5)이 본회의장에서 신청한 반대토론에, 지난달에는 도 집행부와 도의회 간 소통 부재에 따른 갈등으로 도지사 안건이 본회의에 모두 미상정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지분적립형은 초기 입주 시 원분양가의 15~20% 금액을 납입한 뒤 2~30년에 걸쳐 나머지 지분을 순차적으로 취득하는 새로운 분양모델이다. 초기자본 및 자산이 부족한 소득 4~6분위 계층의 자가 마련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고안됐다. 도와 GH는 광교A17블록에 조성하는 공공주택 600세대 중 240세대를 지분적립형으로 공급해 내년 하반기 중 분양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날 퇴임식을 끝으로 GH를 떠난 김세용 사장의 조기 퇴임도 사업 추진에 있어서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 사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부터 지분적립형주택을 제안하고 설계한 인물이다. 2022년 12월 취임한 김 사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로 잔여 임기를 10개월여 남긴 상태다.

다만 GH 내부에서는 이같은 안팎의 악재에도 지분적립형주택 추진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이미 경기도와 정부 부동산 정책에 지분적립형주택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광교A17블록 외에도 광명학온지구와 북수원테크노밸리 등에도 지분적립형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도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지분적립형주택 등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를 제시,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합산 대상에서 제외했다.

GH 사장 직무대행을 수행할 이종선 부사장 또한 기회경제본부장으로 지분적립형주택 사업을 총괄해왔다. 이종선 부사장은 김 사장과 SH에서부터 호흡을 맞춰 온 인물로, 김 사장이 퇴임 직전인 지난달 28일 부사장직에 임명했다. 이 부사장은 “(지분적립형주택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책 사업으로도 채택된 사업이기에 김세용 사장이 없더라도 이전과 동일하게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사업 개념도.(사진=경기주택도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