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대신 빗자루 든 의료진…'포스트 오미크론' 성큼?

by이용성 기자
2022.04.11 16:36:37

확진자 감소세에 11일부터 ‘무료 신속항원검사’ 중단
한 달 만에 임시선별검사소 ''텅''
정부, ''포스트 오미크론'' 본격 시동
감염병 전문가 "아직은 시기 상조"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이제 신속항원검사 안 합니다. PCR(유전자 증폭)검사는 저쪽에서 받으시면 돼요.”

11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임시선별검사소. 전날까지만 해도 이곳은 검사를 받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가득했지만 이제는 텅 비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자체가 감소세로 돌아선데다 방역당국도 검사 체계를 바꾼 영향이다. 대신 서울 여의도 윤중로 등 벚꽃명소엔 봄꽃놀이를 즐기려는 행락객들이 몰려드는 등 ‘포스트 오미크론’ 기대감이 번지는 모양새다

11일 서울 성동구의 한 임시선별검사소 내부를 의료진이 청소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11일 0시 기준 48일 만에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 이하로 떨어지는 등 확산세가 움츠러들자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선별진료소나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무료로 실시했던 신속항원검사를 민간 중심 검사 체계로 전환했다.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에선 이날부터 PCR 검사만 시행하고, 신속항원검사는 동네 병·의원에서 담당한다.

이 때문에 선별진료소 등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바쁘게 움직이던 의료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진단키트와 검사 서류를 손에 들었던 성동구 의료진들은 이제 빗자루와 쓰레기 봉투를 들고 있었다. 이들은 의자와 책상을 한쪽으로 정리정돈을 해놓고 손 세정제 등 비품도 다 빼는 등 검사소 내부를 청소하고 있었다. 간간이 찾아오는 검사자에겐 “PCR 검사는 저쪽”이라며 안내했다.

같은 날 서울 중구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도 상황이 마찬가지였다. 검사소 입구에는 ‘신속 항원검사 중단. PCR 검사만 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항상 검사 대기자가 붐볐던 풍경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최소 1~2시간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었던 PCR검사 대기 줄도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 대유행의 상징이었던 무료 신속항원검사의 긴 줄이 사라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선 ‘포스트 오미크론’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주말에는 서울 영등포구의 벚꽃길 등에 봄을 만끽하려고 나온 행락객이 붐볐다. 3년 만에 여의도 일대 벚꽃길이 열리자 구름 인파가 몰렸다.

지난 10일 연인과 벚꽃 놀이를 다녀왔다는 박모(30)씨는 “정부도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니 ‘이제 정말 끝인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마스크만 착용하지 않았다면 코로나19 전의 모습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29)씨도 “마스크만 잘 착용하면 방역이 완전히 풀려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중구 서울역의 한 임시선별검사소 입구 모습.(사진=이용성 기자)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정부는 방역조치를 과감히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마스크 착용 해제를 비롯해 거리두기 전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 상태”라며 “아울러 포스트 오미크론 체계와 관련한 종합적인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오는 13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서면회의를 거쳐 15일 개최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관련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폐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는 아직은 현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에 워낙 많은 확진자 수가 나온 터라 지금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매일 10만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직도 오미크론 바이러스 속에서 살고 있는데 ‘포스트 오미크론’을 거론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