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지현 기자
2020.01.28 16:15:53
보건당국 무증상 입국 의심 항공기 공항버스 소독 진행
병원 우한 여행력 확인하고도 소극 대응…처벌 불가능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무증상 입국 후 5일간 일상생활을 하다 28일에서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4번 확진자가 무증상 입국자가 아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4번 확진자는 입국 다음날 찾아간 병원에서도 우한 방문 사실을 숨겨 보건당국의 관리망을 피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4번 확진자 A씨는 우한발 비행기에서 내리며 건강상태 질문서에 아무 증상이 없다고 체크했다. 열이 나지 않아 1대 1 발열감시망도 피했다. 하지만 입국 다음날 콧물과 몸살 기운이 감돌아 평택에 있는 365 연합의원을 찾았다. 이때 병원에서는 DUR 팝업창을 통해 우한 입국자임을 확인했지만 A씨는 우한 여행력을 밝히지 않고 중국에 다녀왔다고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증상이 심해지면 한 번 더 병원을 찾았을 때야 비로소 우한 여행력을 밝혔고 이 때 병원이 보건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A씨의 상태를 확인한 관할 보건소는 능동감시에 들어갔고 26일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엑스레이 검진결과 폐렴소견이 나왔다. A씨는 구급차를 이용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이 있는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고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이 확인한 A씨 접촉자는 172명이다. 20일 우한발 직항편 KE882편을 이용할 당시 A씨 가까이에 앉거나 응대한 승무원 등 34명과 공항에서 자택이 있는 평택까지 이동하는 데 이용한 8834번 공항버스 승객 27명, A씨가 2차례 진료받은 평택 365 연합의원의 진료 환자와 종사자들 등이 대부분이다.
A씨의 가족은 유증상자로 확인돼 격리조치 후 검사를 시행했으나 음성으로 확인돼 격리에서 해제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A씨가 입국하자마자 발병했는지 여부는 현재로서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당시 경미한 증상이 있을 거로 생각해 접촉자 범위를 확장해서 설정했다”고 말했다.
A씨의 경우 증상 발현 후 주로 자택에 머물면서 의료기관 방문 외에는 별다른 외부활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의 상황을 우려해 보건당국은 A씨가 입국 시 탑승한 항공기와 공항버스, 방문 의료기관에 대한 환경소독을 진행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감염경로를 의료인에게 거짓으로 진술해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A씨는 건강상태 질문서에서 무증상으로 답했고 병원에서도 우한 여행력을 밝히지 않아 관련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처벌대상은 아니라고 봤다. 입국 당시 발열이 확인되지 않아 스스로 감염 여부를 몰랐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입국 당시와 현재의 사례기준이 바뀌어서 법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부터 적용되는 감염자 사례기준은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하나만 있어도 의사환자로 분류해 격리조치한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두가지 증상이 모두 있어야 격리됐다. A씨도 A씨를 살핀 의료기관도 발열이 없어 단순 감기로 보고 소극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본부장은 “의료 현장 등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여행력을 확인했어야 하는데 적절한 조치가 안된 것이 안타깝다”면서 “앞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의료계와 협조를 충분히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