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플라스틱에도 '급'이 있다

by박순엽 기자
2021.08.23 19:34:31

[폐플라스틱, 이제 쓰레기 아닌 돈]③
‘기계적 재활용’은 품질·횟수에서 한계 보여
영속성 갖춘 ‘화학적 재활용’ 으로 보완 가능
화학적 재활용, 10년 내 4배 성장 가능성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이른바 ‘플라스틱 순환 경제’ 구축이 미래 필수 과제로 떠오르자 화학업계에선 효율적인 재활용 방식을 찾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재활용 원료 등에 제한이 있는 ‘기계적 재활용’에서 반영구적이고 폭넓은 재활용이 가능한 ‘화학적 재활용’으로의 변화도 예상된다.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 비교 (자료=업계)
지금까지의 플라스틱 재활용은 대개 ‘기계적 재활용’(Mechanical recycling)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계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잘게 분쇄한 뒤 세척·선별·혼합 등 비교적 단순한 기계적 처리 공정을 거쳐 재생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방식으로, 지금도 재활용되는 폐플라스틱의 90% 이상은 이 방식을 통해 다시 쓰임새를 찾고 있다.

기계적 재활용은 이미 상업화를 마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재활용 공정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게다가 재활용 과정에서 화학적·열적 처리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탄소 발생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기계적 재활용을 통해 재생하는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품질이 낮고, 재활용을 거듭할수록 더욱 질이 나빠져 재활용할 수 있는 횟수도 제한적이란 한계가 있다. 또 화학 구조 변화없이 물리적인 형태만 바꾸는 방식이어서 여러 화학제품이 혼합되거나 오염된 플라스틱엔 적용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단위=만t, 자료=삼성증권
이 때문에 화학업계는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수백~수만개의 단량체(monomer)가 모여 구성된 고분자 형태의 플라스틱을 화학적 반응을 통해 기존 원료였던 단량체 형태로 되돌리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기계적 재활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명이 다한 플라스틱에도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

업계에선 특히 해중합과 열분해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먼저 해중합은 ‘중합을 해체한다’는 의미로, 기존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잘게 쪼개 플라스틱의 기초 재료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렇게 해체된 원료물질로 다시 만든 플라스틱은 처음 만들어진 플라스틱과 유사한 물성을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원료가 되는 폐플라스틱이 단일 성분이어야 하는 탓에 해중합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은 페트, 폴리우레탄 등으로 한정된다.

다른 하나인 열분해는 화학적 재활용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으로, 폐플라스틱을 산소가 없는 반응기에 넣고 반응기 밖에서 열을 가해 분해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폐플라스틱은 가스·오일·잔류물 등으로 분해된다. 분해된 오일 등은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다시 활용할 수 있다. 열분해 기술은 기계적 재활용이나 해중합 기술과 달리 혼합 플라스틱을 대상으로도 적용할 수 있다.

현재 화학적 재활용은 기술 개발이 어렵고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서의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업계에선 재생 플라스틱 수요가 증가할수록 품질이나 재활용 횟수에 제약이 없는 화학적 재활용 위주로 시장이 변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90만t에 그친 전 세계 화학적 재활용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410만t으로 4배 이상 성장이 예측된다. 같은 기간 전체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6.6%에서 20.6%로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