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이재용 '취업제한 해제' 딜레마
by이준기 기자
2021.08.19 16:10:00
박범계, 이틀 연속 'JY, 취업 상황 아니다' 선 긋기
취업해제 승인 절차 겪으면…또 '재벌 특혜' 논란
박 장관도, 삼성도 '불필요한 잡음 원치 않아' 분석
"장관 발언, 법적신뢰 없어…정공법 필요" 지적도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취업이라 보긴 어렵지 않느냐.”(박범계 법무부 장관) “삼성 측이 취업제한 해제를 신청하려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재계 관계자)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른바 ‘취업 제한’ 논란이 일단락 국면으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법 집행 책임부처인 법무부의 박범계 장관이 출소 이후 벌인 이 부회장 일련의 경영 행보를 두고 무보수 비상임·미등기 임원이란 점을 들어 ‘취업 행위가 아니다’란 뜻을 재차 분명히 한 데다, 삼성 역시 굳이 이 시점에서 취업제한 해제를 신청하진 않을 것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어서다. 자칫 이 부회장의 취업승인 신청 절차가 이뤄질 경우 재벌 특혜 논란 등 불필요한 잡음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만큼 현 상황에서 ‘정리하자’는 무언의 타협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 장관은 19일 이 부회장의 출소 후 경영 참여 행보가 ‘취업제한 규정 위반’이란 지적에 대해 “주식회사는 이사회·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데, 무보수 비상임·미등기 임원인 이 부회장은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가 없다. 취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 장관은 과거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례를 들어 반박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4년 최 회장은 회삿돈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도 무보수·미등기인 점이 고려돼 회장직을 유지했었다.
이날 박 장관의 발언은 전날(18일) ‘무보수·비상근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취업제한의 범위 내에 있다’는 원론적 언급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취업 제한 규정은 신규 취업에 해당할 뿐 현 지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재계 주장을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당분간 이 부회장이 법무부에 별도의 취업승인 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물론 법무부의 보호 관찰·해외 출국 때 보고·승인 등 대외·공개 활동에서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 있으나 작금의 이 부회장 활동이 ‘위법이 아니’라는 점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재계 안팎에서 읽힌다.
이 부회장의 ‘경영 참여’·박 장관의 ‘용인’이란 현 상황이 유지되는 건 양측 모두에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정치인인 박 장관으로선 이미 가석방 결정으로 지지층 일각에서 ‘재벌 특혜’란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취업승인을 내줬을 경우 받을 정치적 타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으로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현 수준으로 경영 참여를 하다 향후 대통령 특별사면 등을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 한때 재계에서 나돌던 ‘8월 가석방·12월 사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굳이 취업승인 신청까지 안 가도 된다. 이 부회장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다가 이듬해인 2015년 사면·복권되면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던 최태원 회장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법무부·삼성이 ‘정공법’을 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3월 퇴직했다가 법무부 승인으로 7개월 만인 작년 10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 사례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인 최승재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 (취업이 아니라고) 확약을 했다고 해도, 단순 발언만으론 법적 신뢰를 얻었다고 볼 순 없다”며 “불확실한 경영상황을 방치해 시장의 우려를 야기하기보단, 삼성의 취업제한 해제 신청, 법부무의 승인 등 정상적 절차를 거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이날 이 부회장 취업제한 해제 여부에 대해 “고려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고, 삼성도 이 부회장 취업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