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뒷배 중·러…'제재 고민' 깊어진 바이든

by이준기 기자
2021.03.29 15:44:03

바이든 "충격·끔찍" 경악…"제재 연구 중" 말 아껴
상임이사국 중국·러시아, 안보리 조치 저지 가능해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이른바 ‘피의 토요일’로 불리는 지난 주말 미얀마 군부의 시위대 집단학살과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경악을 금치 못하며 제재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州)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끔찍하고 충격적”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다. 불필요한 일”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 제제 방안·계획’ 등을 묻는 질문엔 “연구 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가 가한 대응은 지난달 11일 미얀마 군부 지도자·정부기관·군영기업들을 제재하는 행정명령 발동이 전부다.

미얀마군(軍) 날인 전날(27일) 자행된 군경의 무차별적 유혈 진압에 최소 민간인 시위대 114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10명 이상의 어린이가 희생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와중에서 군부 수뇌부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 등이 대거 호화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가 ‘부정선거’를 이유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정부를 몰아내는 쿠데타를 일으킨 지난 1일 이후 미얀마 전역의 반(反) 쿠데타 시위는 끊이질 않고 있다. 지금까지 군경의 총칼에 희생된 민간인은 450명 이상으로, 군경이 사실상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미얀마 민주진영 대표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소수민족 무장반군들과 연대를 모색 중이어서 자칫 ‘군부 대(對) 민주진영·무장반군’ 구도의 ‘내전’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AP통신 등 미 언론은 미국이 어떠한 제재 카드를 꺼낼지, 얼마나 빨리 나올지, 실효성은 있을지 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미얀마 각계에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여전히 행동에 나서는 데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서방을 중심으로 안보리가 행동에 나서더라도 미얀마 군부의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가 거부권을 이용해 안보리의 조치를 저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사회의 잇따른 비판에도, 군부가 유혈 사태를 자행하는 배경에 중국·러시아란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군부가 전날 군의 날 열병식에 초청한 8개국 외교사절단 명단엔 중국·러시아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