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블레이저 이비자블루 인기..또 성공한 컬러 마케팅

by이승현 기자
2020.05.21 17:16:56

RS모델 구매자 60%가 선택..20·30 여성층 주도
스파크부터 컬러마케팅 주도..'모나코 핑크' 히트
중형세단 말리부도 블루아이즈 컬러 메인모델 내세워

이비자 블루 색상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RS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차 색상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 거에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개성 넘치는 색상들로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은 무채색 계열의 차를 선호해왔으나, 최근에는 차 색상을 통해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자동차 시장에서 컬러 마케팅이 점차 활발해 지고 있다. 그 중심에 쉐보레가 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이비자 블루 색상은 컬러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 케이스다. 광고에 메인모델로 나와 통통 튀는 색감으로 화제를 모은 이비자 블루는 RS모델 구매자 중 약 60%가 선택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RS모델 전용 색상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유채색이 트림에서 가장 높은 선택 비율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자동차 컬러 트렌드는 젊은 층과 여성 소비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트레일블레이저의 구매자 중 20~30대 연령층은 42%에 달했다. 여성 소비자 비율은 전체 30%에 육박하며, 연령대 별로는 20대 고객에서 여성 비율이 35%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 19개의 다양한 컬러 조합도 트레일블레이저만의 특징이다. 아가타 레드, 모던 블랙, 스노우 화이트 펄, 새틴스틸 그레이, 진저 오렌지, 미드나잇 블루 등 6가지 기본 외장 색상 외에 RS 모델 전용인 이비자 블루와 ACTIV 모델 전용인 제우스 브론즈 컬러가 제공된다. 특히 RS와 ACTIV 모델은 4가지의 투톤 루프 컬러도 고를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여기에 디자인 별 3가지의 인테리어 색상까지 적용할 수 있기에 다양한 스타일 연출이 가능하다.

또한 트레일블레이저는 외관 디자인까지 기본 모델에 더해 스포티함이 강조된 RS모델,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ACTIV 모델 등 총 세 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돼 화제를 모았다. 일반적으로 단일 디자인으로만 출시되는 자동차 업계의 통념을 과감히 깬 것으로,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을 조합해 나만의 차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쉐보레는 다양한 시도로 국내 완성차 브랜드 중 가장 적극적으로 컬러 마케팅을 펼쳐왔다. 일찍이 경차 스파크에 다양한 컬러를 출시하며 컬러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던 쉐보레는 무채색 일색의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경차의 경우 소비자들의 대다수가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 속하고, 화려한 색상들이 작고 귀여운 경차의 디자인 특성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 착안, 컬러를 과감히 적용했다.

쉐보레는 스파크 1세대 모델부터 ‘모나코 핑크’ 컬러를 대히트 시키며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채색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 특성에도 불구하고 2012년 당시 전체 스파크 색상 중 두 번째로 많은 23%의 구매자가 해당 색상을 선택했을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후에도 쉐보레는 스파크를 통해 스플래쉬 블루, 파티 레드, 레모네이드 옐로우, 티파니 민트, 미스틱 바이올렛, 코랄 핑크 등 화려한 유채색 외장 색상들을 연이어 선보였다. 특히 코랄 핑크의 경우 화장품에 많이 쓰이는 컬러와 네이밍을 통해 여성고객들 사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쉐보레는 경차뿐만 아니라 보수적 색채가 강한 중형세단에도 과감히 컬러를 입혔다. 2017년 올 뉴 말리부 출시 당시 쉐보레는 푸른 색상이 강조된 블루 아이즈 컬러를 메인 모델로 내세웠다. 말리부의 진보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린다는 판단에서 채택됐던 블루 아이즈 컬러는 말리부 전체 판매량의 11.1%를 차지한 바 있을 정도로 선전했다. 이밖에도 번트 코코넛, 카푸치노 브라운 등 당시로선 생소했던 갈색 계열의 외장 컬러들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왔다.

무채색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최근 들어 유채색 비중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도료 업체 액솔타(Axalta)의 ‘2019년 세계 자동차 컬러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차량의 33%가 흰색이었다. 2015년 조사의 36%에서 3%포인트 줄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판매되는 차의 3대 중 1대는 흰색인 셈이다. 그 다음 순위 역시 회색(21%), 검정(16%), 은색(10%) 등 무채색 계열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유채색의 선택 비율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파랑(9%), 빨강(7%), 갈색·베이지(3%), 노랑·금색(1%) 등 유채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파랑은 2013년 조사에서 4%에 불과했지만 2배 이상 증가하며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또한 최근엔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신차를 출시하며 유채색 모델을 광고 등에서 메인 컬러로 내세우고 있어 유채색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쉐보레 브랜드는 그 간 각 차종에 어울리는 다양한 색상들을 과감히 선보여왔지만, 트레일블레이저의 이비자 블루와 같이 아이코닉한 색상이 특정 트림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며 “유채색의 불모지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유채색 컬러 마케팅이 상업적으로 성공한 첫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