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관리 실패, 은행 탓만 하는 금융당국[기자수첩]

by송주오 기자
2024.08.29 18:47:02

시중은행 대출 관리 목표 370%초과
손 놓은 금융당국, 관리 능력 물음표
급작스런 대출절벽 실수요자만 피해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하나은행이 내달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중단한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한도 축소 효과를 나타낸다. 서울은 5500만원의 대출한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주담대 모기지보험 가입 중단 외에 통장자동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를 1억~1억 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감액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잇단 대출금리 인상에도 대출 수요가 꺾이지 않자 부랴부랴 다른 대출의 통로까지 막고 있는 모양새다. 시중은행의 이런 모습은 당국의 강력한 입김에서 비롯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금리인상은 손쉬운 방법’이라고 직격하자 시중은행들이 대출 자체의 장벽을 높이 올렸다. 그간 20여 차례의 연이은 금리인상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던 금융당국이 갑자기 등장해 시중은행에 칼끝을 들이밀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대출 행태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4대 은행이 연초 경영계획 대비 최대 370% 이상 목표치를 초과했다고 공개했다. 가계대출 줄이기에 실패했다는 것인데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란 명제 앞에서 죄인 취급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기존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며 강력한 개입을 시사했다.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초과달성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실패를 자인하는 지표다. 그럼에도 목표 관리 실패에 대한 사과는 찾아볼 수 없다.

연초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인 금융당국의 모습과 판이하다. 오히려 관리를 맡겨도 될지에 대한 물음표만 붙었다. 금융당국의 뒷북 대응은 결국 대출 규제를 더 높이 세우겠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이미 금리가 많이 올라간 상태에서 한도까지 줄어 실수요자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결국 금융당국이 키운 대출관리 실패의 책임과 부담은 오롯이 금융소비자가 떠안게 됐다. 실수요자의 한숨만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