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은 기자
2023.11.09 16:40:06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한국형 RE100(재생에너지 사용 캠페인), 한국형 CF100(무탄소에너지 사용 캠페인)’ 등 기업들의 자발적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이니셔티브가 ‘한국형(K)’이란 꼬리표를 달면서 포지션이 애매모호하다. ‘정부 주도의 민간 이니셔티브’라는 하이브리드 형태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방식이다.
문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민간 이니셔티브가 태생적으로 ‘모순’이란 점이다. 민간부문의 참여를 국가가 주도한다. 정부 관료나 공공기관은 제도적 근거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는데, 제도화하면 이는 자발적 캠페인이 아니라 ‘규제’다.
실제로도 그렇다. 글로벌 RE100 캠페인과 비교해 보자. 이는 비영리단체가 주도하는 ‘상향식’이다. 가입사들은 이행률을 제공하며, 연례 보고서(Annual Report)로 이는 공개된다. 민간 주도 이니셔티브의 주된 추진력은 이런 정보공개에서 나온다. 관(官)은 사후적으로 RE100 이행을 지원할 뿐이다.
그러나 글로벌 RE100은 가입기준이 까다로운데 이에 우리 정부는 가입 기준 제한을 두지 않고 전기 소비자 모두에게 문턱을 완전 열어둔 K-RE100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국내 RE100 선언, 대외홍보, 글로벌 RE100 실적 확인용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가입기업만 300곳에 육박하는 K-RE100의 이행결과 성적표는 어떨까. 깜깜이다. 정보를 틀어쥔 한국에너지공단은 재생에너지 사용실적 확인서만 발급할 뿐 집계도 하지 않는다. 기업별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도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정보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동의하지 않은 정보란 이유에서다. 강제로 정보를 공개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한데 그러면 이는 규제가 되기 때문에 또 고민이란다. 강제성과 자발성 사이에서 정체성의 장애가 나타나고 있다.
K-CF100도 이런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K-RE100처럼 운영되다간 행정력 낭비만 초래될 수 있다. 학계에선 대체로 정부간 이니셔티브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기후위기 대처에 민·관 협력은 이견이 없다. 다만 비용효과적인 정부의 역할은 신중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