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美 통신사들에게 망대가 준 것은 어쩔 수 없던 일”…한국과 다르다?

by김현아 기자
2022.10.31 15:48:47

7시간 증인 심문 받은 넷플릭스 임원…쟁점은 3가지②
마이클 스미스 넷플릭스 인터커넥션 디렉터 증인 출석
2014년 미국서 지급 사실이 한국 법정서 소환돼
망중립성과 무관한 사건임을 보여줘
넷플릭스 OCA 있지만 CP.. 망대가 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마이클 스미스(Michael Smith) 넷플릭스 인터커넥션 디렉터. 사진=링크드인 캡처


지난 13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망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마이클 스미스(Michael Smith) 넷플릭스 인터커넥션 디렉터. 그는 과거에 미국 4대 통신사(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정책이 변했다”고 언급했다.

2014년 미국 통신사에는 망 대가를 줬으면서 2022년 SK브로드밴드에는 줄 이유가 없다는 건 어떤 이야기일까. 미국 기업들보다 규모가 작고 힘이 약한 한국 통신사는 무시한 걸까.

이날 법정에서 SK브로드밴드측 대리인은 스미스 디렉터에게 2014년 켄 플로렌스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 담당 부사장이 작성해 미국 FCC에 제출한 확인서를 제시했다.

확인서에는 넷플릭스가 ISP인 컴캐스트와 피어링(peering·직접접속)하면서 망이용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또, AT&T, 버라이즌, 타임워너케이블이 넷플릭스에 트래픽 착신을 위한 망 대가를 요구한 점이 기술돼 있다.

스미스 디렉터는 “2년 전 마지막으로 해당 문서를 읽어봤다”고 문서의 존재를 인정했다. ‘컴캐스트, AT&T, 버라이즌, 타임워너케이블에 망이용대가를 지불했느냐’는 질문에도 “2014년 망이용대가를 지불한 게 맞다”고 언급했다. 그는 “당시에는 우리가 (망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현재 정책은 누구에게도 망 연결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마이클 스미스 넷플릭스 인터커넥션 디렉터의 법정 증언은 ▲넷플릭스는 2014년에는 미국 통신사들에게 망 이용대가를 냈다는 점과 ▲지금은 지급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

왜 당시에는 줬고 지금은 못 준다는 걸까. 스미스 디렉터는 “당시에는 이것(페이드 피어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콘텐츠를 보낼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해 대가 지급을 선택한 것”이라며 “망 연결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넷플릭스의 정책은 2014년 이 어그리먼트(agreement·미국 통신사에 망 대가를 준 협정)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디렉터의 언급은 넷플릭스의 한국 상륙이후 국내 통신사와 망 사용료 공방이 벌어졌고, 한국 상륙 시점이 2016년 1월임을 고려하면, 2014년과 그 이후(2015년~) 넷플릭스 정책이 바뀐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사건의 논점이 ‘망중립성’ 논쟁과는 무관하다는 걸 보여준다.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사용자, 내용, 플랫폼, 장비, 전송방식에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의 망중립성은 ‘망의 유상성’과 범주를 달리한다는 의미다. 이는 넷플릭스가 미국의 4대 ISP에게 망 사용료를 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통신 시장도 양면 시장임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날 법정에서는 처음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연결했을 때에는 트랜짓(transit·중계접속)이었다가, 이후 트래픽이 증가하자 2018년 일본 BBIX(도쿄지역 IX) 등에서 피어링(peering직접접속)한 사실이 언급됐다.

트랜짓은 한 명의 제공자가 다른 제공자에게 전체 인터넷망에서 트래픽을 교환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피어링은 두 명의 제공자들이 트래픽을 교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018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연결(피어링)과 2014년 넷플릭스와 미국의 4대 통신사(ISP)간 망연결(피어링)은 같은 형태였다. 스미스 디렉터 역시 양쪽에서의 형태는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처음 넷플릭스를 시작할 때는 망을 샀다. 그런데 우리가 자체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을 가지면서 대규모 ISP와 협상을 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미국의 4대 ISP와는) 비즈니스 개발 관계가 없어 망 요금을 낼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트랜짓 ISP에게 우리가 보내는 트래픽을 그쪽(미국의 4대 ISP)에서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는 유상 피어링 어그리먼트(페이드 피어링 협정)은 누구와도 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잠깐. 여기서 스미스 디렉터가 언급한 CDN은 뭘까. 넷플릭스가 망대가 분쟁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OCA(넷플릭스 자체 CDN)를 의미한다.

CDN은 지리적으로 분산된 여러 개의 서버다. 웹 콘텐츠를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서 전송함으로써 전송 속도를 높여준다. 넷플릭스의 경우도 OCA를 대한민국 내에 두면 콘텐츠 속도를 높이고 통신사도 망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미스 디렉터는 “넷플릭스는 제3자 CDN을 쓰지 않는다(자체 CDN인 OCA를 쓴다). 그래서 트랜짓(중계접속) 관련 지연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만든 자체 CDN인 OCA는 불특정 다수가 소통 가능한 인터넷망이 아니다. 그저 자체 비즈니스를 위한 기능이다. 스미스 디렉터 역시 ‘(OCA가 있어도) 다른 ISP(통신사)를 통하지 않고선 최종 이용자에게 전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SK브로드밴드측 대리인 질문에 “맞다”면서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공자(CP)”라고 답했다.

결국 넷플릭스가 얼마나 많은 글로벌 백본망과 OCA를 가졌느냐와 상관 없이 최종 고객에게 콘텐츠가 가려면 통신사(ISP)와 연동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CP는 딱 한 번은 돈을 내고 엑세스(접속)해야 하는데, 넷플릭스 트래픽이 자체 CDN(OCA)를 타고 들어올 때 첫 번째 맞이하는 ISP가 SK브로드밴드면 SK브로드밴드에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2014년 미국 통신사들에게 망 대가를 줬을 때와 2022년 현재 정책이 어떻게 변했든, OCA라는 자체 CDN을 구축했든 안 했든지 간에, 최종적인 자사 고객에게 콘텐츠를 서비스하려면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