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명 전자담배 쥴…'맛·향 나는' 담배, 편의점·주유소 판매 중단
by방성훈 기자
2018.11.14 11:58:54
''Flavor'' 제품 소매 판매 중단…미성년자 접근 제한 취지
온라인서도 만 21세 성인에게만 판매 허용
쥴랩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홍보 계정 삭제
청소년 흡연 ''전염병'' 수준이라는 FDA 경고 후속조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10대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전자담배 ‘쥴(Juul)’의 ‘맛을 내는(flavored)’ 담배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라진다. 중독성이 강해 미성년자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취지다. 쥴은 USB 형태의 전자담배로 ‘전자담배 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린다.
1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쥴을 생산하는 전자담배 스타트업 ‘쥴랩스(Juul Labs)’의 케빈 번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내고 “청소년들의 쥴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모든 편의점, 주유소, 전자담배 전문점 등 9만여개의 소매점에서 맛을 내는 담배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만 21세 이상의 성인에게만 판매를 허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연령 요건을 준수하고 판매를 제한토록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번즈는 설명했다.
아울러 전자담배 홍보를 위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도 삭제키로 했다. 쥴랩스는 “회사와 관련된 소셜미디어 콘텐츠의 99% 이상은 제3자 계정, 즉 흡연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제3자 계정에서 부적절한 콘텐츠가 올라오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제거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쥴랩스의 이번 조치는 지난 9월 다양한 맛을 내는 전자담배가 ‘전염병’ 수준으로 10대 흡연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고에 따른 후속 대응이다. 스콧 고틀립 FDA 국장은 당시 “미성년자 흡연을 막기 위해 성인 흡연자까지 제한할 수도 있다”면서, 맛이 나는 전자담배를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방안까지 고려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 FDA가 이르면 이번 주에 “미국 내 대부분의 전자담배 판매 제한 조치를 발표할 수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FDA 발표 전 쥴랩스가 자구 방안을 마련해 내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FDA는 그간 전자담배 생산·유통업체를 겨냥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는 한편, 전자담배 제조업체들에게 60일 내에 10대 청소년들이 전자담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어떤 조치들을 마련했는지 보고토록 했다.
또 전자담배 유통 통로인 세븐일레븐·서클케이 편의점, 쉘·엑손 주유소 등 1100여개 소매점들과 쥴랩스에 경고장을 발송했다. 18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전자담배를 판매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되며, 최소 279달러(32만원)에서 1만1182달러(1268만원)까지 벌금을 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상습 소매점 131곳에는 즉시 벌금이 부과됐다.
쥴랩스는 지난 9월 FDA 발표 당시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성년자의 제품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도 “전세계 10억명의 성인 흡연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담배를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했다.
한편 올해 미국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전자담배 사용은 각각 77%, 50% 급증했다.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지난해 100만명 수준에서 올해 350만명으로 늘었다. 전염병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여기엔 USB 형태로 만들어진 쥴이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망고, 오이, 크림 등 다양한 맛 종류가 있어 미국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웰스파고가 닐슨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연간 23억달러(2조6000억원)로 쥴의 시장점유율은 72%에 달한다. 전통적인 담배 맛과 멘솔 맛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