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생략, 현장 격려…윤희근 신임 경찰청장 첫 행보

by이소현 기자
2022.08.10 16:50:00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尹, 23대 경찰청장 임명 강행
서울 강남경찰서 등 일선 방문, 공식업무 시작
전세사기 등 ‘악성 사기범죄’ 척결 의지 밝혀
‘마약경보’도 발령…“전국 유흥지역 단속·수사”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치안총수로 공식 취임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2년 임기 동안 민생을 위협하는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악성 사기범죄’를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10일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작년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건을 처리한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아 “흉기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만 살인이 아니다”라며 “한 가족의 삶을 파멸시키는 악성 사기범죄는 ‘경제적 살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제23대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윤 청장은 이날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임명장을 받은 후 동작구 현충원을 참배하고 바로 강남경찰서와 수서경찰서 등 일선 경찰서를 방문해 민생 안전을 책임지는 현장 경찰관을 격려했다. 역대 경찰청장 대부분이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취임식을 행한 것과 달리 이를 생략하고 곧장 ‘현장 행보’를 택한 것.

윤 청장은 취임 전부터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논란으로 곤혹을 겪었다. 이를 반대해 열린 전국경찰서장(총경)회의 주도자인 류삼영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 조처 후 자진사퇴 요구를 받는 등 내부 반발이 컸던 터라, 일선을 다독이기 위해 몸 낮춘 행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사청문회 후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면서,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청장직에 오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치안 공백의 장기화를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 이날 오후 윤 청장 임명을 강행했다. 새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11번째 고위직이다.

윤 청장은 이날 현장 경찰관과 만난 자리에서 ‘마약경보’를 발령하는 등 치안에 힘쓰는 경찰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미 우리 생활 주변까지 침투한 마약 등 중독성 범죄에 예방적 치안 활동으로 민생 안전을 지키자는 취지다. 윤 청장은 “강남권 유흥업소 일대의 마약실태에 많은 국민이 우려를 보내고 있다”며 “강남 일대를 필두로 전국 유흥가 밀집지역에 강력한 마약 단속과 수사를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된 대치지구대에도 방문해 “민생치안과 교통안전을 지키는데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검경 수사관 조정 이후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수사관들의 고충을 들은 윤 청장은 행정지원 전담 인력을 이른 시일에 충원하고, 수사관에 대한 인센티브 등 사기진작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공안직 기본급 인상 △순경 공채 출신의 고위직 진출 기회 확대 △복수직급제 도입 △수련원·경찰병원 등 경찰관 복지시설 확충 등 현장직원들이 실감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7월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장 후보자와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대표단 간담회에서 윤희근 청장 후보자가 응원 손팻말을 든 직협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
윤 청장은 임기 초반부터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로 경찰권 통제가 본격화한 가운데 경찰 안팎에서 경찰청장이 ‘식물청장’으로 전락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의 ‘과도한’ 간섭을 막아내고, 경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지키면서 균형을 잡을지가 치안총수로서 성패를 가를 것이란 평가다.

특히 경찰국 신설의 후폭풍 수습이 최우선이다. 당장은 윤 청장이 직무대행 시절 직접 지시한 총경회의 감찰 결과가 주목된다. 류삼영 총경은 오는 12일 오후 2시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충북 청주 출신인 윤 청장은 경찰대(7기)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경위로 임용됐으며, 청주흥덕경찰서장 등 일선 현장과 서울청 정보관리부장, 경찰청 자치경찰협력정책관, 경비국장, 차장 등을 지냈다. 작년 12월 치안감으로 승진한 뒤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치안정감에 오르고, 이번에 치안총감(경찰청장)에 최종 임명되면서 전례 없는 ‘초고속 승진’ 기록을 세웠다.

경찰청에 따르면 윤 청장은 오는 11일 공식 취임 후 첫 번째 전국경찰 화상회의를 개최, 경찰청장으로서의 포부와 계획을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