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산은 회장에 강석훈 교수 임명...산은 부산 이전 과제 주목

by황병서 기자
2022.06.07 17:17:53

제19대 국회의원·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역임
한은 객원연구원서부터 기획예산처 위원으로 활동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산업은행 전 구성원과 함께 마주하고 있는 당면 과제들을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

신임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된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국회의원)가 7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산은의 당면과제인 기업구조조정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공약사항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석훈 신임 한국산업은행 회장.(자료=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이날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신임 한국산업은행 회장으로 강 교수를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 후 대통령 임명으로 결정된다. 지난달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이 사임을 한 뒤 최대현 수석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

강 내정자는 제19대 국회의원과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현재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국제금융 환경 분석 및 금융·경제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정책금융 전문가다.

금융위원회는 강 내정자가 국회의원 재임 시절부터 정책금융의 역할 재정립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산은의 당면과제인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고, 민간의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지원 등 주요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적임자로 평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장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쌍용자동차, KDB생명보험 등 매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산은은 지난 4월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JC파트너스와 체결한 KDB생명 매각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JC파트너스가 보유한 또 다른 보험사인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JC파트너스가 KDB생명에 대한 대주주 자격 변경 승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쌍용차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힌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대금을 미납해 쌍용차가 지난 3월 인수·합병 계약을 해지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산은이 지난 2019년부터 매각했던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불발됐다. 앞서 유럽연합(EU)는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간의 기업결합 심사를 했는데 양사가 합병하면 LNG선 시장에서 최소 60%의 시장 점유율을 갖게 돼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고 봤다.

윤석열 정부의 대표 지역 공약사항이기도 한 산은의 부산 이전 과제가 놓여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지역별 공약집에 산은의 부산 이전을 공약사항으로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산은의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거대 야당과의 협조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 산은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현행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에는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법안 개정 없이도 이전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지만, 이 또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산은의 본점이 있는 서울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두고 나머지 대부분을 부산으로 내려보내면 된다는 논리다. 이렇게 되면 제2금융 중심지인 부산에서 산은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산은의 부산 이전 공약을 후보자 시절부터 인수위 기간까지 여러 차례 강조해온 만큼, 신임 산업은행장의 역할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을 것”이라면서 “국회와의 협조 등을 어떻게 해나갈지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1964년 생인 그는 서라벌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교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한국은행 객원 연구원, 기획예산처 공기업평가위원, 기금평가위원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이후 서울 서초구을 지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