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20% 할인' 머지포인트 서비스 축소 이유는?

by노희준 기자
2021.08.13 16:01:41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업자 등록'' 규제 회피 꼼수
사용처, 복수 업종→음식업점 단일 업종 축소
금융당국 "불법 저질러 놓고 이제와서 무슨 소용"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가 포인트 판매를 돌연 중단한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노희준 황병서 기자] 편의점과 식음료점 등에서 ‘무제한 20%할인’을 내세워 가입자를 대거 유치했던 머지플러스가 돌연 머지포인트 서비스를 축소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거래법상의 ‘선불업자’ 등록 규제를 뒤늦게 회피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에서는 2개 업종 이상에서 쓸 수 있는 머지포인트와 같은 결제수단(선불전자지급수단)은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머지포인트를 단일 업종의 결제수단으로 축소해 법망을 빠져나겠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머지포인트를 운영하는 머지플러스는 지난 11일 밤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머지포인트 서비스를 축소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머지플러스는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 가이드를 수용해 11일부로 당분간 적법한 서비스 형태인 ‘음식점업’ 분류만 일원화해 축소 운영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결제가 가능했던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는 머지포인트를 사용할 수 없고 음식점에서만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다.

머지포인트는 쉽게 말해 문화상품권이나 기프티콘과 같은 상품권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상품권 역할을 하는 머지포인트를 싸게 구매한 후 제휴점에서 현금 대신 쓰는 방식이다. 올해 6월 초 기준 대형마트,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200여개 제휴 브랜드의 6만여개 가맹점에서 20% 할인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가령 머지포인트 액면가 10만원치를 8만원에 구입해 편의점 등에서 10만원치 상품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머지포인트가 활용처가 1개 업종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전자금융거래법에서는 상품권과 같은 결제수단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 범위가 2개 업종 이상이면 금융위원회에 ‘선불업자’(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로 등록을 해야 한다. 이는 업종을 달리해 사용처가 많아지는 경우 결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취한 차원 등으로 이해된다.



가령 스타벅스 카드처럼 해당 업체에서만 사용되는 결제수단은 전자금융업법의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스타벅스는 선불업자로 등록할 필요가 없다.

반면 네이버포인트, 카카오머니, 토스머니의 경우 모두 복수 업종의 사용처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발행한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035720)페이, 토스는 모두 선불업자로 등록돼 있다.

결국 머지포인트가 서비스를 돌연 축소한 것은 사용처를 음식점에서만 쓸 수 있게 해 등록 규제를 빠져나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법망을 빠져나가겠다는 행태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이미 불법을 저질러놓고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비스 축소에 나선 머지포인트는 전체 가맹점 서비스까지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