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은 이용만 했다…위안부 '데모' 방식 바꾸자는 것"
by김보겸 기자
2020.05.25 17:22:42
25일 오후 이용수 할머니 마지막 기자회견 자처
"정신대와 위안부 다른데 왜 합쳐서 운동했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는 분명히 해
[대구=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모금이 늦게 끝나 배가 고파서 ‘맛있는 거 사다 도(사다 줘)’ 하니까 (윤미향이) ‘돈 없습니다’ 합니다. 그래도 뭐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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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부정회계 논란이 시민사회계와 정치권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후원금이 피해자에게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25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앞으로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 문제 등을 폭로한 지 18일 만이다.
이 할머니의 폭로 이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전 정의연 이사장)이 경기도 안성 할머니 쉼터를 비싸게 샀다가 낮은 가격에 팔아 기부금을 손실했다는 지적과, 기부금 사용 지출 증빙 서류를 내지 않는 등 회계 운영을 부실하게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 할머니는 지난 1차 기자회견 이후 전개되는 현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의연의 부정회계 의혹과 윤 당선인을 둘러싼 기부금 손실 의혹 등에 대해 이 할머니는 “30년 동지로 믿었던 이들의 행태라고는 감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다”며 “조사는 검찰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자가 운영했던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하고 정신대하고 어떻게 같나”라며 “어저께 저녁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대협은 정신대 문제만 해야 하는데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만두에 고명처럼 사용했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 전날 한 숨도 못 자고 자다 일어나서 펑펑 울었다”고 했다.
지난 2018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과 정대협의 통합 과정에서 정신대와 위안부 문제를 통합해 운영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도 정대협에 이용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는 “김복동 할머니는 한쪽 눈만 조금 보이는데 미국으로 어디로 끌고 다니면서 이용해 먹었다”라며 “(윤미향은) 뻔뻔시리(뻔뻔하게) 묘지에 가 가지고 가짜 눈물을 흘립디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정대협에서 위안부를 이용한 건 도저히 용서 못합니다”라고 부연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오후 휠체어를 탄 채 대구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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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협이 과거 할머니들을 내세워 모금을 했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대접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할머니는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 증언한 직후인 1992년, 윤 당선인이 한 농구경기에서 모금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할머니는 “ 윤미향이 모금하는 것을 저는 봤다. 농구선수들이 경기하는 데 가서 모금을 하더라”라며 “저는 좀 부끄러웠다. 농구 하면서 (선수들이) 이기려고 애를 쓰는데 거기 버젓이 앉아서 돈을 걷어서 받아 나왔다”라고 울먹였다.
하지만 배가 고프니 맛있는 것을 사달라는 할머니들의 요청에 윤 당선인은 “돈 없다”며 잘라 말했다는 것이 이 할머니의 설명이다. 이 할머니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빨리 생각이 안 나지만 그것 말고도 엄청나게 이용당한 것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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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1차 기자회견에서 이 할머니가 “앞으로 수요집회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지만, 올바른 역사교육 없이 사죄와 배상만 외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일 뿐 위안부 문제 해결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데모(위안부 운동)’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지, 끝내자는 건 아니다”라며 “위안부 문제의 사죄와 배상은 천 년이 가고 만 년이 가도 반드시 일본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사죄 배상은 무엇 때문에 하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친하게 지내면서 올바른 역사 공부를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은 우리 학생들”이라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발언과 질의를 마친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회견장 밖을 나가자 회견장에 모인 시민들이 “할머니 힘내세요”, “할머니 건강하세요” 등 격려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