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 발목 잡힌 대전·충남 숙원사업…충남도 "무리한 특혜 요구"

by박진환 기자
2018.03.28 16:03:28

충남도, 롯데의 안면도 개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취소
道 "1월부터 기부채납 토지 매입 제외 등 특혜성 요구".
본계약 체결 일정연기에 SPC 미설립 등 공모지침 위반
롯데 "여러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호간 오해"해명

조한영 충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이 28일 충남도청사에서 롯데컨소시엄의 안면도 관광지 3지구 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취소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홍성=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된 후 롯데가 대전에 이어 충남에서 잇따라 지역내 숙원사업을 무산시키면서 지역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충남도는 28일 롯데컨소시엄에 ‘안면도 관광지 3지구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취소를 통보했다.

조한영 충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날 충남도청사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을 통해 “지난 22일 롯데가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 여건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협의 및 조정이 필요하다’며 28일로 예정된 본계약 일정에 대한 추가 연장을 요청했다”면서 “충남도는 롯데의 추가 연장 사유가 공모지침에 위반되고,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법적 사항으로 롯데가 본계약 체결을 위한 사업법인(SPC)도 설립하지 않는 등 공모지침 제28조에 의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은 2020년까지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중장·신야리 일원 299만 152㎡ 부지에 총사업비 1조 474억원(민간자본 9064억원)을 투입해 호텔과 콘도, 골프장, 테마파크 등 사계절 명품 휴양 관광지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충남도는 2015년 11월 안면도 관광지를 4개 지구로 분리, 이 중 3개 지구는 공모를 통해 개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발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안면도 관광지 개발에 대한 민간사업자 공모를 추진한 결과, 3지구에 단독 응모한 롯데는 2020년까지 2107억원을 투입해 10층 규모의 콘도미니엄 등을 건립하겠다는 사업 제안서를 제출해 2016년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충남도는 같은해 7월 롯데, 태안군 등과 사업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뒤 이듬해 7월 29일까지 본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롯데는 2016년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본계약을 올해 3월 28일까지 8개월간 연기해 줄 것을 요구했고, 충남도는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롯데는 지난 1월 돌연 ‘녹지 등 기부채납 토지 매입 제외’ 등 5개 사항을 충남도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채납 대상 토지는 녹지 21만 2239㎡, 도로 1만 1773㎡로 롯데가 매입키로 한 56만 3085㎡의 39.8%에 달하는 규모다.

충남도 측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에 따라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가 새로 설치한 공공시설은 관리청에 무상 귀속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불가 방침을 전달했다.

이는 롯데가 관련 법과 공모 지침을 위반한 동시에 무리한 특혜를 요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롯데가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를 결정하는 이사회조차 열지 못해 SPC 설립에 실패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 국장은 “본계약 체결 필수 요소인 SPC 설립 조건은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취소 사유에 해당돼 이를 롯데에 통보했다”며 “본계약을 불과 2개월여 앞두고 기부채납과 토지가격 문제를 제기한 것은 사업 포기를 위한 구실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달 코트라와 협업해 진행할 예정인 안면도 1·4지구에 대한 유럽 IR(홍보활동)에 3지구도 추가하는 등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이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롯데 관계자는 “충남도가 지난 1월 녹지 비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어렵게 유치한 외국계 기업과의 조율에 필요한 여러 문제들을 충남도가 외면하는 등 여러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호간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충남도가 만약 재공모를 한다면 지침을 잘 파악해서 다시 참여하는 등 다각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롯데는 대전의 숙원사업인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과 관련해서도 사업성 결여를 이유로 갑자기 참여를 포기해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려 논란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