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학교 입법로비에 무너진 국회의원..4천만원 받고 법 고쳐

by성세희 기자
2015.12.22 17:29:08

김민성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이사장, 전방위적 입법 로비
신계륜·신학용, 수천만원 현금·상품권 받아
교육부 반대에도 '근로자직업능력 개발법' 국회 통과

22일 오전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서종예) 입법로비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중진 국회의원 두 명이 학교 이름을 바꾸려는 직업학교 이사장에게 금품을 받고 법을 고쳐줬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 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도 포함)을 확정되면 의원직도 잃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장준현)는 22일 ‘근로자 직업능력 개발법’을 개정하는 대가로 김 이사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등)로 신계륜 의원에게 징역 2년에 벌금 2500만원과 추징금 2500만원, 신학용 의원에게 징역 2년6월에 벌금 3100만원과 추징금 2억1320여만원을 선고했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김민성(본명 김석규)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서종예) 이사장은 ‘직업학교’란 명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몇 년 전부터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등에 ‘직업’이란 명칭을 바꾸겠다고 진정을 냈다가 거절당했다.

서종예는 사실 ‘사립학교법’이 정하는 학교가 아니라 ‘직업훈련시설’이다. 서종예 같은 직업능력개발 훈련법인은 ‘근로자직업능력 개발법’에 따라 설립된 고용부 소관의 직업훈련기관이다. 김 이사장은 이 법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12년 11월 서종예 겸임교수 장모(56)씨는 김 이사장에게 신계륜(61)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보좌진 등을 소개했다. 신 의원은 고용부 관련 법안 개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신 의원은 2013년 8월 ‘실용전문학교’란 명칭을 포함한 ‘근로자직업능력 개발법’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했다.

김재윤(50)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그해 9월 신 의원에게 직접 김 이사장을 소개했다. 김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신 의원에게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건넸다. 이렇게 신 의원과 친분을 쌓은 김 이사장은 그해 12월 백화점 상품권 500만원어치를 추가로 제공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일이 꼬였다. 배모(50) 당시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신 의원 재판에서 “직업훈련시설은 고용부가 관리하기 때문에 초·중·고등학교와 다르며 직업이란 명칭을 바꾸기만 하면 (학생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이사장은 교육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신학용(63)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접근했다.

김 이사장은 2013년 12월 국회 교문위원장실에 찾아가 신 의원에게 개정안 지지를 부탁하며 백화점 상품권 500만원어치를 건넸다. 김 이사장은 이듬해 1월 다시 교문위원장실을 찾아가 신 의원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이날 신 의원은 나승일(53) 당시 교육부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교육부가 직업학교 개정안을 반대하는데 잘 챙겨봐 달라”고 말했다.

결국 이 법률 개정안은 2014년 4월 국회를 통과했다. 김 이사장은 개정안이 통과된 지 한 달 후에 김 의원과 신계륜 의원을 만나 함께 축하 파티를 열었다. 그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감사 표시로 신 의원에게 현금 1000만원을 5만원권으로 건넸다.

재판부는 “두 사람은 환노위와 교문위원장을 맡은 국회의원으로 헌법상 청렴의 의무가 있는데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며 “김 이사장 등에게 특정 입법을 개정하는 대가로 여러 차례에 걸쳐 금품을 받아 죄질이 무겁다”라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