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엉망진창’ 부천 심곡도서관, 임시휴관 연장

by이종일 기자
2024.12.10 15:21:58

7~12월 임시휴관, 내년 6월까지 연장
설계 지연으로 착공 늦어져 시민 불편
설계 뒤 휴관하면 될 걸…냉방기 핑계
도서관 "온열환자 발생해 휴관 앞당겨"

[부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경기 부천시가 시립심곡도서관의 리모델링 절차를 잘못 이행해 임시휴관 기간을 내년 6월까지로 연장했다.

10일 부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7월29일부터 12월31일까지 심곡도서관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임시휴관했다. 애초 휴관은 10월부터 하려고 했으나 7월 중순 냉방기 고장으로 온열환자가 생기자 휴관 시점을 앞당겼고 올해 말까지 공사를 완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리모델링 설계 기간이 길어지며 임시휴관 기간을 내년 6월까지로 연장한 것이다.

냉방기 고장으로 여름철 운영이 어려우면 날씨가 선선해진 가을에 다시 문을 열 수 있지만 부천시는 공사도 하지 않는 심곡도서관을 겨울까지 휴관했다.

부천 심곡도서관 전경.
시는 1984년 개관한 심곡도서관의 노후화가 심해지자 올 초 리모델링 사업을 확정하고 4~5월 공모를 통해 설계 업체를 선정했다. 올 6월 설계용역을 착수하면 9월께 완료하고 10월에 착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사 기간이 5~6개월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휴관은 내년 2월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설계 지연 문제가 생겨 공사 일정이 모두 틀어지게 됐다.



설계 과정은 통상 3개월 걸리는데 심곡도서관 리모델링 설계는 2개월 정도 더 소요돼 최근 마무리됐다. 공사비가 28억여원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시설 노후화가 심해 여러 곳을 리모델링하려다 보니 공사비가 늘어났고 다시 설계를 축소해 공사비를 맞추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설계가 지연된 것이다. 시는 이달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 경기도 계약심사가 완료되면 착공할 계획이다.

도서관 휴관은 설계 완료 뒤 해도 되는데 심곡도서관 직원들은 냉방기 고장을 이유로 서둘러 휴관하고 공사도 하지 않는 텅 빈 도서관에서 근무일수를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관 기간이 길어지며 주민의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 심곡동 주민 김모씨(40대·여)는 “휴관기간이 12월까지로 알았는데 6개월이나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냐”며 “책도 읽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좋아하고 필요한 곳인데 휴관을 오래 하면 어떡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설계 지연으로 착공이 늦어지게 됐다”며 “정해진 공사비 범위에서 여러 공간을 리모델링할 것을 검토하다 보니 설계기간이 길어졌다. 휴관 일정은 도서관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심곡도서관측은 “올 여름 도서관 이용자 중에 온열환자가 생겨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냉방기가 작동하지 않아 도서 대출 등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임시휴관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분 개방을 하려고 했으나 도서 5만권의 RFID칩 부착 업무를 하면서 휴관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며 “남는 시간은 장서 이전, 멀티미디어실 조성 등의 업무를 했다”고 밝혔다. 또 “사업 기간 변경으로 부득이 임시휴관 기간을 연장했으나 더 나은 시설과 서비스로 거듭나는 과정인 만큼 시민 여러분의 너른 양해와 협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