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역사상 가장 위험한 11주"…트럼프 최후의 몽니 시나리오

by김보겸 기자
2020.11.09 18:33:56

''전염병 대통령'' 파우치 소장 등 보복성 해고에
무더기 소송 앞두고 ''셀프 사면'' 강행 가능성도
"망치 든 도자기 가게 악동처럼 미국 파괴할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대선 불복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순순히 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약 3개월의 임기 동안 눈엣가시들을 제거하는 보복성 물갈이 인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자신을 향해 쏟아진 수십 건의 소송에 대비해 ‘셀프 사면’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가디언·더힐 등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몽니를 부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복수심과 레임덕 공포 탓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1월 20일까지) 남은 11주가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사사건건 대립해 온 ‘전염병 대통령’을 해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고 1순위로 꼽히는 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파우치 소장의 지적에 사실이 아니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뒤 파우치 소장을 해임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 밖에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과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 등도 해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SA투데이는 “그들은 과학과 사실을 따랐기에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충성심이 없어 보였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셀프 사면’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간 현직 대통령 면책특권을 방패 삼아 온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 지금껏 어느 대통령도 시도한 적 없는 ‘셀프 사면’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트위터에 “나는 나를 사면할 권리가 있다”고 적었다. 미 헌법은 대통령의 폭넓은 사면권을 인정하지만, ‘셀프 사면’에 대해서는 전례가 없어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자신뿐 아니라 각종 위법 의혹이 제기된 측근도 임기 내 사면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과 보험사기 혐의로 현재 뉴욕 맨해튼지방검찰이 수사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기업 트럼프 그룹, 강경한 이민정책을 추진한 국토안보부 관리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행정명령 남발도 예상된다.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과 난민신청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추가로 시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USA투데이도 행정조치 남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직 수행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 평론가 말콤 낸스는 “권력을 잃은 트럼프는 남은 임기 동안 대형 망치를 든 도자기 가게의 악동처럼 미국을 파괴할 수 있다”며 “트럼프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반면 공화당 전략가인 스튜어트 스티븐스는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대통령을 멈춰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