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째 '0'… 유니콘 등장 한풀 꺾인 벤처
by권오석 기자
2020.06.23 17:09:21
지난해 12월 11번째 '에이프로젠' 이후 신규 유니콘 없어
벤처업계 "코로나19 이후 빅딜 없어… 흐름 끊긴 듯"
아기·예비유니콘 육성 위한 'K-유니콘 프로젝트' 본격 시행
CVC 적극 도입·재창업 문화 정착 등 지원도 필요
| 지난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아기유니콘200 육성사업 최종평가장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유니콘기업 육성 의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중기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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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국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비상장기업)의 증가 추세가 올해 들어 꺾인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바이오시밀러 제조기업 ‘에이프로젠’이 유니콘기업에 등극한 이후로는 신규 유니콘기업이 하나도 없다. 연초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여파로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한 영향이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3일 업계 및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등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기업은 쿠팡·무신사·에이프로젠 등 11개가 있다. 이중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와 인수합병 심사 중인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의 경우 미국 CB인사이트에서는 이름이 빠진 상태다. CB인사이트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로, 벤처·스타트업 관련 투자 등 통계 전반을 다루는 곳이다.
국내 연도별 유니콘기업 누적 수는 △2014년 2개사 △2017년 3개사(1개사 증가) △2018년 6개사(3개사 증가) △2019년 11개사(5개사 증가)로 매해 신규 등극이 증가하던 추세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단 한 곳도 유니콘기업에 등극한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빠르면 내년까지 국내 유니콘기업을 20개사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상태다. 이에 관계부처인 중기부는 아기유니콘·예비유니콘 등 단계별로 유니콘기업 육성 정책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위해 추진 중인 ‘K-유니콘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으로, 잠재적 유니콘기업으로 선정된 벤처기업들이 특별보증과 정책자금 융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큰손’인 신규 투자자들이 민간 벤처투자 시장에 진입해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투자시장 자체가 움츠러들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1~3월 신규 벤처투자는 7463억원으로 전년 동기(7789억원) 대비 4.2% 줄어들었다. 그나마 바이오·의료 기업에 대한 1분기 투자액이 2244억원으로 전년 동기(1700억원) 대비 32% 증가했고, 정보통신 서비스 분야가 21.9% 늘면서 부분적으로 선방한 정도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흐름이 끊긴 건 맞다. 코로나19 영향이 있다고 본다.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빅딜’(Big deal)이 진행이 안 되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투자를 받고 있으나, 대부분은 기존 투자의 후속투자를 받는 경우”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유니콘기업을 육성한다는 건 긍정적으로 보지만, 외부적인 도움이 필요한 기업을 발굴해 맞춤형으로 지원해주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예비 유니콘기업으로 선정한 리스트를 보면 정부 지원이 필요한 곳과 필요하지 않은 곳들이 섞여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민간 업계에서는 자금 지원 외에도 다양한 요구를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도입이다. 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으로 막아놨던 CVC 제도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업 지주회사가 벤처캐피탈을 보유, 벤처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풀어준다는 것이다. 다만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등을 막기 위한 제한 장치를 두기로 해, 자칫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외부자금의 조달 없이 100% 모기업의 자본만으로 투자를 하게 하면 제한적인 투자에 그칠 수 있다”며 “오히려 외부자금이 들어와야 감시도 가능해 투자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창업 생태계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정부에서 스타트업 대상으로 너무나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데, 스타트업은 지원이 부족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여러번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재창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