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민 기자
2018.09.14 17:18:55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13일(현지시간) 미국 남동부 해안지대를 강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서양에서 발생해 미 남동부로 접근해 온 플로렌스가 이날 오후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에 폭우를 뿌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노스·사우스 캐롤라이나를 비롯해 버지니아·메릴랜드·조지아 5개 주(州)와 워싱턴DC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로이 쿠퍼 주지사는 “오늘 그 위협이 현실이 된다”며 주민들의 즉각 대피를 촉구했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허리케인의 중심은 미 동부시간으로 14일 오전 2시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의 동쪽 35마일(약 55km) 해상을 지나고 있다.
다만 노스캐롤라이나에 상륙하면서 허리케인의 세력은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
한때 ‘메이저급’인 4등급 허리케인으로 세력을 키웠던 플로렌스는 12일 3등급, 13일 새벽 2등급으로 세력이 약화한 데 이어 13일 밤에는 1등급으로 떨어졌다고 NHC는 밝혔다.
풍속이 시속 111마일(179㎞) 이상이면 카테고리 3등급인데, 카테고리 3∼5등급을 메이저급 허리케인으로 분류한다.
풍속은 당초 예상보다 약해졌지만 여전히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많은 지역에 “재앙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국립허리케인센터의 켄 그레이엄 국장은 “폭풍이 클수록, 또 느리게 움직일수록 그 충격은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지대에는 이미 강풍이 불고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지역인 뉴베른의 도로엔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는 등 침수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도 서서히 수위가 높아지는 캐롤라이나 현장을 연결해 실시간 중계에 들어갔다.
플로렌스는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의 일부 지역에 최대 40인치(1m)의 비를 뿌리고, 해안가엔 13피트(4m) 높이의 폭풍해일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2층까지 미칠 수 있는 높이로, 건물 수만 채가 홍수에 잠길 수 있다.
기상전문가 라이언 마우에는 “플로렌스가 주말까지 캐롤라이나 일대를 맴도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노스캐롤라이나에만 10조 갤런의 폭우가 내릴 것”이라며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1천500만 개를 채울 수 있는 엄청난 양”이라고 말했다.
직격탄이 예상되는 노스·사우스 캐롤라이나를 비롯해 인근의 조지아·버지니아·메릴랜드 주와 워싱턴DC까지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륙지대인 켄터키, 테네시, 오하이오와 앨라배마까지 허리케인발(發) 강우가 예상된다.
허리케인 경보 또는 주의보가 내려진 미국 동부해안 지역에 사는 인구는 540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70만 명에 대해 대피령이 내려졌고, 이번 허리케인의 영향권에 포함되는 인구는 모두 2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당국자는 “현재까지 해안지대 주민 40여만 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해안지대에서 대피하려는 주민들로 도로마다 차량 행렬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자택에 머무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쿠퍼 주지사는 “절대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번 허리케인은 노스캐롤라이나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롤라이나를 중심으로 허리케인 영향권에 접어든 지역에선 학교와 사업체, 공공기관 등은 일제히 문을 닫았고, 항공기 1천200여 편이 결항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동부 해안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들도 잇따라 가동 중단 조치에 들어갔다.
북미 최대 발전사업자인 듀크 에너지는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포트에서 4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브런즈윅 공장의 원자로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피해 우려와 관련해 듀크 에너지 측은 발전소는 시속 200마일의 풍속, 22피트의 파도에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단전 피해도 서서히 확인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재난관리청은 8만8천여 가구 및 사업체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