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훈 기자
2016.09.09 18:12:26
닷새간 600억~700억 모집…최소 모집액 500억 넘겨
투자자 불신 확대·10년 환매불가에 다소 아쉬운 성적
[이데일리 김기훈 송이라 기자]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실험작으로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렸던 10년 폐쇄형 베트남펀드가 우려와 달리 최소 모집액은 무난히 채웠다. 존 리 대표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메리츠 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 불신이 확대된 점과 10년간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펀드 구조라는 약점에도 일단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닷새 동안 미래에셋과 현대, 한국투자, 메리츠, 동부 등 5개 증권사에서 판매된 메리츠 베트남펀드에 개인과 법인자금을 포함해 600억~700억원가량이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존 리 대표는 앞서 모집금액이 500억원이 안 되면 펀드 운용을 아예 포기하고 1500억원이 모일 경우 더는 돈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종 집계가 이뤄지는 12일에도 추가 입금이 가능한 만큼 운용 가능금액은 충분히 채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28일째 자금이 순유출되는 등 최근 주식형펀드 환매가 계속되는 와중에 닷새 동안 하루 평균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았다는 점에서 양호한 성적이다. 다만 월가 출신의 스타 펀드매니저로 지난해 펀드 투자 열풍을 이끈 존 리 대표의 이름값에 비하면 아쉬운 게 사실이다. 그는 지난달 펀드 모집에 앞서 이례적으로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5개 주요 도시를 직접 돌며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여는 등 절치부심의 자세로 자금 모집에 상당한 공을 들인 바 있다.
메리츠 베트남 펀드는 유망한 베트남 주식과 국공채 등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으로 10년 동안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펀드다. 선취수수료 2%를 제하면 매년 1% 수준의 운용보수만 내며 매년 떼가는 판매 수수료는 없다. 통상 여타 주식형 펀드들이 1% 이상의 판매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에 비하면 보수는 저렴한 수준이다.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세금 측면에서는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존 리 대표는 베트남펀드 판매실적에 대해 “일부 고객들은 은행에 가서 가입을 문의하는 등 홍보가 부족했고 가입기간이 짧아 아쉬운 점이 많다”면서도 “그래도 최소금액 500억원은 넘은 만큼 운용에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