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팟 수주'·'對北압박'..이란서 '두 토기'잡은 朴, 귀국길 올라

by이준기 기자
2016.05.03 22:45:00

[테헤란(이란)=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동포대표 간담회와 국립박물관 관람을 끝으로 사흘간의 이란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3일(현지시간) 오후 귀국길에 올라 4일 오전 서울에 도착한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성과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리 기업이 이란 정부를 상대로 총 456억달러(52조원) 규모, 30개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일괄 수주(EPC) 가계약’ 또는 양해각서(MOU)를 맺어 ‘이란발(發) 제2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점과 이란 정상에게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통일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며 대북압박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다만 양측이 체결한 EPC 가계약, MOU 등이 최종 본계약으로 이어지려면 대규모 금융조달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하다는 점에서 축배를 들긴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많다. 양국 고위급 간 조속한 ‘경제협력위원회’ 활성화 등을 통해 깊이 있고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분야 59건을 포함, 총 66건의 MOU는 철도·공항·수자원관리 등 인프라 건설사업(116억달러)과 석유·가스·전력 등 에너지 재건사업(236억달러)을 포함해 보건·의료, 문화, 정보통신기술(ICT) 등 가히 전방위적으로 맺어졌다. 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성과로는 최대 규모다. 우리 기업의 수주 지원을 위한 우리 금융기관의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가동된다. 수출입은행 등이 250억달러의 금융 지원을 하면 이란 당국은 이를 보증한다. 2011년 174억달러에서 작년 61억달러로 급감한 교역의 회복을 위해 상대방 항만의 자유 출입을 보장하는 해운 협정도 맺는 한편, 한·이란 직항로 개설에도 합의했다.



일단 첫 스타트가 좋았던 만큼 향후 우리나라의 ‘제2 중동 붐’의 중심축이 이란으로 급속히 쏠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란이 포스트 오일시대에 대비해 2020년까지 ‘제6차 5개년 개발계획’을 수립해 산업다변화를 꾀하는 있는 만큼 우리의 강점인 서비스, 문화 등 사회·경제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 확보에서도 성과를 낼 여지가 충분하다. 이란이 3억 인구의 카스피해 국가 및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중심국 역할을 하는 있어 수주 여파가 긍정 파급될 여지도 충분하다.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한 ‘1:1 비즈니스 상담회’에서도 우리 경제사절단 123개사(중소·중견기업 112개사)는 현지 바이어 494개사와 모두 904건의 상담 중 31건을 성사시켜 총 5억3700만달러(6114억원)의 성과를 냈다. 단일 상담회로는 참가 기업 및 바이어 수, 상담건수, 성과 규모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란의 권력서열 1, 2위를 잇달아 만난 ‘전방위적 대북압박’ 행보도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 이란의 ‘벨라야트 이 파키르’(최고지도자)이자 가장 높은 성직자를 의미하는 ‘아야톨라’ 지위의 알리 하메네이의 입에서 북핵(北核) 문제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지만, 면담 자체만으로도 대북(對北)압박 효과는 적지 않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일각에선 하메네이가 권력서열 2위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역할 분담’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변화를 원한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어떠한 핵개발도 반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통일에 대한 공감을 표하며 사실상 우리와 ‘대북공조’에 나서는 모양새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란 측 참모들도 로하니 대통령의 언급이 너무 강해 내심 놀랐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도 “북한이 받는 효과는 충격은 상당할 것”(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중동 4개국 순방 때 착용하지 않았던 이란식 히잡인 루싸리를 두르면서까지 이들의 만남에 공을 들여왔던 이유다. 김 수석은 “양국 최고위층 간 유대 형성뿐 아니라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 발전을 위한 이란 내 지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