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6.03.02 17:59:02
공정위 "연내 제도개선 거쳐 내년부터 시행"
교육부 "학교장 권한이라서 당장 강제할 순 없어"
시민단체 "부처 칸막이 깨고 ''불법 마케팅'' 바로잡아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와 교육부가 대형 교복업체 횡포를 근절하는 입찰 개선대책을 놓고 삐걱대고 있다. 공정위는 연내 제도개선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하자는 입장이지만 교육부는 ‘당장 무리하게 강제할 순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교복 입찰을 둘러싼 문제가 심각한데 설익은 부처협의, 부처 간 칸막이 문제로 교육현장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2일 ‘학교주관교복구매제’ 관련 입찰제도 개선방안을 마련, 교육부에 연내에 제도개선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입찰 뒤 교복물량을 확정하는 현행 입찰방식을 물량 확정 뒤 입찰하는 방식으로 순서를 바꾸는 게 핵심이다.
이는 대형 교복업체 등 입찰 탈락·불참 업체가 낙찰 중소업체 교복에 대한 비방, 교복값 낮추기 등으로 손실을 입히는 횡포를 막는 취지다. 학교주관교복구매제 제도가 도입되자 대형 교복업체를 중심으로 △‘학교주관구매 교복의 품질이 낮다’는 등 허위사실 유포 △‘학교주관구매 교복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광고 △편법구매 방식 홍보 △사전 합의로 학교주관구매 입찰 불참, 입찰 무산 등 횡포가 극심했다.
공정위는 중·고생 신입생들이 내년 5~6월 하복부터 착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되 동복부터 착용하기 위해서는 신입생 배정 등 학사일정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교육부와 실무협의를 했고 교육부에서 큰 반대가 없었다”며 “2017년도 입찰절차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공정위 발표대로 안 간다”고 일축했다. 교육부는 학교주관교복구매제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교복 구매 운영 요령’ 지침 개정 권한을 가진 주무부처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복 구매계약 주체는 학교장”이라며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성은 있지만 당장 (학교에) 강제하거나 지시할 성격은 아니다. 지침을 개정할지 여부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입생 배정시기는 학사일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동복 착용을 위해 일정을) 앞당기는 게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교복 입찰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시민단체에서는 이번엔 부처 간 칸막이를 깨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혜영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본부장은 “그동안 학교주관교복구매제를 깨기 위해 불법 마케팅이 극심했고 사업자 반발 때문에 정부 대책도 미온적인 수준이었다”며 “공정위, 교육부가 혼탁한 교복시장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형 교복업체의 고가교복 논란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2013년 7월 ‘교복가격 안정화 방안’을 발표, 작년부터 학교주관교복구매제를 시행했다. 학교주관교복구매제는 학교장이 입찰을 실시해 업체로부터 교복을 일괄 공급받는 제도다. 작년 4월 교육부 조사 결과 국·공립학교 2914곳 41만9966명(63%), 사립학교 451곳 6만206명(73%)이 이 제도로 교복을 구매했다.
현재 교복제조 업체는 형지엘리트, 아이비클럽코퍼레이션, 스마트에프앤디, 스쿨룩스 등 4개브랜드사가 시장점유율(2014년) 72%, 비브랜드사인 290여개의 영세사업자가 28%를 차지하고 있다. 규제 등의 진입 장벽은 없으나 장기간 대형 업체 4곳에 집중된 시장구조가 견고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