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들고 지방 내려가 설득..삼성물산 '주주잡기' 총력전

by성문재 기자
2015.07.08 19:00:00

직원들 팀별로 주주 방문.. 합병 설명·찬성 위임 권유
엘리엇, 주주들 앞으로 합병반대 공개서신 발송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1. 무더운 날씨에 수박 한통을 든 삼성물산 직원이 주주의 거주지를 방문했다. 어렵게 찾아왔지만 아쉽게도 주주는 부재중이다. 꼭 만나야 된다는 직원의 간곡한 요청에 주주의 가족은 당사자가 전화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돌려보낼 수 있었다.

2. 한 주주는 지난 7일 하루동안 4차례나 삼성물산 직원들을 만나야 했다. 여러 증권사를 통해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한 탓이다. 임원부터 대리까지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이 잇달아 방문해 합병 내용을 설명하고 찬성 위임을 권유했다.

3. 대구에 사는 한 주주는 서울에서 찾아왔다는 삼성물산 직원의 인사말에 깜짝 놀랐다. 해당 주주는 반대 입장을 정하고 이미 엘리엇 측에 위임 절차를 끝냈다고 설명했지만 삼성물산 직원은 위임 취소가 가능하다며 설득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뤄질 합병계약안 표대결을 놓고 마치 정치권의 선거전을 보는 듯한 필사적인 구애가 절정에 치닫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000830) 직원들은 이번 주부터 사업부·팀별로 짝을 지어 주주 의결권 위임 권유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달 30일부터 의결권 권유 효력이 발생함에 따라 적법한 수준에서 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고 있다”며 “대리인 8명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의 권유 활동도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주총 직전까지 이같은 주주 표심 사로잡기 행보를 이어갈 예정인 가운데 지분율 27%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들(엘리엇 7% 제외)에 대해서는 이미 설득작업을 완료한 상태다. 김신 사장 등 삼성물산 경영진들은 지난달 하순 해외 출장을 통해 외국인 주주들을 직접 만나 합병에 찬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총에 참석이 어려운 해외 주주들은 우리 시간 9일 자정까지 거래 증권사를 통해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통보해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부재자 투표’와 같은 방식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역시 이날 삼성물산 전 주주들에게 공개 서신을 발송해 합병에 반대해줄 것을 호소하는 등 표 끌어모으기에 집중하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현 시점은 합병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삼성물산 이사회가 내세운 합병 시너지 효과도 너무 낙관적인 수치라고 주장했다.

현재 합병에 찬성하는 지분은 삼성그룹 우호세력 19.8%, 합병에 반대하는 쪽은 엘리엇과 일성신약, 네덜란드연기금 등 9.6%다. 나머지 국내 소액주주 24.4%, 국내 기관투자가 11.1%, 국민연금 11.2% 등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단일주주로서 최대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국민연금의 판단은 삼성뿐 아니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국민연금에 합병의 시너지와 기대, 전망 등에 대해 설명했고 국민연금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3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 권고를 낸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 ISS는 제일모직 주주들에게는 합병 찬성을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ISS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두 회사 지분을 모두 갖고있는 투자자는 삼성물산 주총에서는 반대표를, 제일모직 주총에서는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