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례 연속 기준금리 올린 ECB, 이번달엔 멈출까
by방성훈 기자
2023.10.25 17:48:41
9월 CPI 전년比 4.3%…인플레 공포 다소 진정
경기침체 우려는 확대…금리동결 목소리 커져
기업 전망도 우울…10월 유로존 PMI 35개월래 최저
우크라 이어 이스라엘까지…전쟁으로 유가 부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10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 달엔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은 다소 진정된 분위기지만, 경기침체 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AFP) |
|
파이낸셜타임즈(FT),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24일(현지시간) ECB가 오는 2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ECB 내부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ECB가 이달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면 1년 4개월만에 긴축이 멈추게 된다.
가장 최근에 개최한 9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ECB 위원들은 금리인상을 계속할 것인지, 긴축을 중단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금리 동결에 반대하는 위원들은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ECB의 의지가 약해졌다고 평가하거나, 긴축 사이클이 끝났다고 판단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자칫 인플레이션 위험이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보다 경기침체 우려가 더 크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전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유럽평의회 등 각 기관 수장들과 비공개 회의를 개최하고 유럽 경제가 침체 위기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유로존 경제는 올해 2분기 전년대비 0.5% 성장해 예상치(0.6%)를 하회했다. 3분기에는 0.3% 역성장이 예상된다. 유럽 경제의 버팀목인 독일은 이미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진 상황이다. 외신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 1분기 이후 최악의 성장 속도라고 짚었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어둡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집계한 함부르크상업은행(HCOB)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9월 47.2에서 10월 46.5로 하락했다. 이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활동이 동반 위축된 영향으로, 시장 전망치(47.4)를 밑돈 것은 물론 35개월 만에 최저치다. 아울러 5개월 연속 하락한 데다, 2020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HCOB는 20개국의 기업 활동을 측정하는 월간 설문 지표로, 50을 상회하면 기업들이 경기확장을, 하회하면 경기위축을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11년 만에 처음으로 긴축으로 돌아선 ECB는 지난해 7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감행한 이후 올해 9월까지 총 10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했다. 작년 9월과 10월엔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았으며, 같은해 12월, 올해 2월과 3월엔 다시 세 차례 연속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후 올해 5월, 6월, 7월, 9월엔 0.25%포인트씩 네 차례 금리를 올렸다.
0%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4.5%까지 상승했고, 수신금리는 연 4%라는 역사적인 수준까지 뛰었다. 이에 유럽 각국의 부채비율 상승으로 기준금리 인상시 이자부담이 확대, 결과적으로 유럽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로리 페네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정체된 4분기 성장 전망에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달 전년 동월대비 4.3%까지 낮아지면서 금리동결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ECB의 목표치인 2%까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최근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 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전원이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것도 에너지 비용 상승 등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티시스의 디르크 슈마허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유가 시장에 연쇄 효과를 일으켰고, 새로운 인플레이션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이와 동시에 경제 성장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해 ECB의 통화정책 결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